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5월 벌어진 ‘안성 군인 전 여자친구 살해사건’의 피해자 친구가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경찰이 범행 이전에 스토킹 신고를 받고도 가해자를 격리하는 데 그쳐 범행을 예방하지 못했고 범행 당시에도 출동한 경찰이 문을 열지 못해 30분 넘게 현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안성 군인 전 여자친구 살해사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스스로를 피해자의 오랜 친구라 밝힌 청원인은 “지인들의 말과 메신저 대화 등을 종합해 보니 기사에 쓰인 바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와 내용을 정리해봤다”고 썼다.

청원인에 따르면 피해자 A씨(22)와 가해자 B일병(22)은 연인 관계로 지내다 지난 4월 헤어졌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루에 전화 111통, 문자메시지 60통을 하는 등 한 달간 끈질기게 만남을 요구해 피해자가 마지못해 허락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9일 B일병은 2박 3일 휴가를 나와 A씨를 만났다. A씨는 B일병에게 다시 한번 이별을 통보한 뒤 고속버스를 타고 귀가했으나 B일병은 곧바로 다음 차를 타 뒤쫓았다. 청원인은 “집 앞까지 쫓아간 가해자는 22시까지 A의 통화를 엿듣다가 방의 불이 꺼지자 현관에 여러 차례 노크를 한 후, 도어락을 풀어 자택에 침입했다”며 “잠이 들려던 A는 ‘대체 왜 그러냐. 무섭다’고 말했고 그에 가해자는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뒤쫓아왔다. 죽어버리겠다’라고 위협을 했을뿐더러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이 있다’ ‘너도 죽었으면 좋겠다’며 살해를 암시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다음날 오전 8시, A씨는 출근하려 했으나 B일병의 강압에 못 이겨 오전 반차를 냈고, 공포에 휩싸인 A씨는 몰래 문자메시지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들을 경찰서로 데려간 뒤 가해자를 격리하고 A씨를 택시 정류장까지 태워줬다.

문제는 경찰이 B일병에게 추가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것. 같은 날 밤, B일병은 A씨를 다시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A의 집 화장실에서 흉기를 들고 기다리다가 무차별적으로 찔렀다”면서 “당시 A는 친한 직장 동료와 통화하며 귀가했는데 비명을 들은 동료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굳게 닫힌 A씨 집 현관문을 열지 못했다. 청원인은 “결국 30~40분 뒤 소방대원이 와 강제로 문고리를 부숴 들어갔지만 이미 친구는 손쓸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경찰은 당일 오후 이미 스토킹으로 경위서를 작성한 바가 있는데도 왜 아무런 준비 없이 출동한 것인지, A의 집 도어락까지 열고 들어간 가해자에게 취한 조치가 너무 미약하지 않았는지, 왜 비밀번호 바꿀 새도 주지 않았는지 대응 미흡에 책임이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A의 퇴근 시간까지 집 안에서 기다린 점, 흉기를 미리 챙긴 점,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발언 등을 종합하면 계획적인 살인이 명백한데 경찰은 가해자에게 왜 단순한 격리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홍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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