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쏟아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 업무 처리 지원을 위해 1200여명의 단기계약직 근로자를 채용했지만 정작 직원들의 일은 덜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은 부족한데 지원금 업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원금 승인과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5월 2개월간 근무할 단기 기간제 근로자 1200여명을 뽑았다. 지원금 배당 부서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지원금 정책이 늘어나자 다른 부서에서 직원을 데려다 썼는데, 업무연속성이 떨어져 내부 불만만 커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용부 직원들은 1200명이 넘는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했음에도 업무 경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용부 공무원 A씨는 30일 “보조인력을 급히 뽑는 바람에 전산처리를 하지 못하거나 지원금 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거 선발됐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간 업무처리 능력은 크게 차이가 있었다. 하루에 30~40건을 처리하는 근로자가 있는가 하면 2~3일에 한 건을 겨우 처리하는 근로자도 있었다. 결국 전산 처리에 익숙하지 않고 지원금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기간제 근로자 대부분은 민원 전화를 받는 등 단순 업무에 배치됐고, 지원금 관련 업무는 다시 고용부 직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고용부가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들은 식비를 포함해 월 190만원가량 급여를 받았다. 직원들 입장에선 정부가 의미 없이 세금만 축낸 꼴이 된 셈이다.

고용부 직원 전용게시판에는 이 같은 탁상행정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장·차관은 자신에게 배정된 긴고(긴급고용안정지원금) 다 처리했나? 장·차관 처리 건수와 IP내역을 내놓으라면 줄까? 설마 로그인은 했겠지?”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지난달 직원들에게 “저를 포함한 모든 간부들이 함께 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는데, 실제 업무 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자 이 장관의 발언을 비꼰 것이다.

“조직구성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악성 고객이 아니라 생각 없이 일을 저질러대는 내부자”라는 글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애초에 전산 업무에 숙련된 직원에게 업무를 배당했다면 손바닥만한 작업장에서 수천명이 동시에 삽질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프라는 갖추지 않은 채 업무만 쏟아지니 지원금 지급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15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려면 매출 감소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들이 수기 영수증이나 자체 제작한 엑셀파일 등 불성실한 증빙 자료를 내도 일일이 검사하지 못해 모두 선정자로 선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 대상자가 선정되는 경우도 잦다. 코로나19 특수로 월 700만원 수익을 올린 배달업 종사자가 한 달을 쉬어 놓고 소득이 감소했다며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월 소득이 10만원이었는데, 매출이 3만원으로 줄었다며 지원금을 타간 헬스 트레이너도 있었다.

매출 감소 사업장 직원의 유급휴직을 지원하는 제도인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부정수급 관련 제보가 고용부에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점검은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업장을 불시 방문해 조사하는 게 원칙이지만 승인·지급 업무 처리만으로도 이미 벅차기 때문이다.

A씨는 “웬만하면 승인해주라는 지침 때문에 연락이 안 닿거나 증빙서류를 아예 제출하지 않는 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다 승인해준다”며 “세금을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다른 고용부 직원 B씨는 “지원금 오지급에 대한 감사가 들어가면 결국 책임은 일선 직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불안감을 피력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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