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식중독 유치원, ‘쌀벌레 택배’ 보냈다” 학부모들 분노

얼마전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안산 A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급식꾸러미인 쌀을 한 학부모가 개봉한 모습. 연합뉴스(A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6월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산의 모 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벌레가 나오는 쌀, 잡곡 등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산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얼마 전 셋째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곳곳이 찌그러지고 더러운 택배 상자를 보내왔다며, 내용물을 확인한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2일 연합뉴스에 밝혔다. 상자 안에는 먼지투성이의 10㎏짜리 쌀 한 포대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손으로 포장지를 쓸기만 해도 먼지가 한가득 묻어나올 정도였다.

이 상자는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급식꾸러미’였다. 급식꾸러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되자, 가계 부담을 덜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학교나 유치원 급식비로 구매한 식자재를 각 가정에 전달하는 사업이다.

김씨는 “이렇게 더러운 상자에 식자재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쌀 포대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첫째와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에서 보내온 농협 쌀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유치원 측 쌀 포대에는 도정 일자, 생산 일자 등이 적혀 있지 않았고, 품질 등급도 ‘특·상·보통’ 중 제일 낮은 ‘보통’이었다.

무엇보다 포장지 안에는 거뭇한 쌀바구미들이 기어 다니거나 날아다니고 있었다. 김씨는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더러워서 이걸 진짜 먹으라고 보낸 건가 의심했다”면서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게 이 정도인데 평소 아이들에게는 어떤 걸 먹인 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A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급식꾸러미인 쌀 안에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습. 연합뉴스(A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문제의 쌀을 보낸 유치원은 지난 6월 집단 식중독 사태가 발생한 A유치원이었다. 이 유치원에서는 6월 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 113명을 포함한 118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 중 71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양성 판정을 받았고, 16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으로 진단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일부 아동은 퇴원 후에도 고혈압, 복통 등의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부모들로 구성된 A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발송된 택배는 100여개로, 지난달 31일 기준 쌀에서 벌레를 발견했다는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공유한 학무보가 30명에 이른다. 아직 택배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관련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A유치원 급식꾸러미에 쌀을 제공한 B정미소는 학교 급식 납품 경험이 전무한 곳으로, 지인의 요청을 받아 처음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B정미소 측은 식중독 사태 이후 배송일이 한 달가량 연기되면서 쌀을 상온 창고에 보관했고, 그때 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B정미소 측은 “쌀을 장마철인데도 일반 창고에 보관한 것은 잘못임을 인정한다. 포장지에 도정·생산날짜를 적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면서도 “물로 씻어내 밥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식자재 납품업체 측도 “유치원이 강화섬쌀을 원해 바로 도정하는 정미소를 찾아 거래한 것”이라며 “(문제가 된 쌀들을 모두) 반품 및 재배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경기도교육청, 농림축산식품부, 경찰청 등에 불량식품유통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들이 지적한 내용을 점검해 조치하겠다”며 조만간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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