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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집 팔라”더니…세종시에 깔려 있는 공무원 ‘특별공급 꽃길’

정부가 다주택 공직자를 ‘적’으로 돌렸지만, 정작 세종시에는 공무원들이 다주택자에 다다를 수 있는 ‘꽃길’이 여전히 펼쳐져 있다. 1주택자인 공무원도 세종시에서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서울 강남에 집을 가진 공무원도 세종시 아파트 청약을 통해 얼마든지 다주택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정책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행정중심복합도시 주택특별공급 세부 운영 기준에 따르면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 및 공공기관 등의 종사자 중 무주택자는 세종시에서 아파트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다. 세종시로 옮기는 공공기관 종사자 등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세종시 내 주택 또는 분양권을 소유하지 않은 1주택 보유 공무원도 특별공급 대상자로 올라 있다.

1주택 공무원의 경우 1순위가 아닌 2순위 청약이긴 하다. 수도권의 경우 2순위일 경우 청약 당첨 확률이 매우 낮지만 세종에서는 특별공급 대상자에 비해 특별공급 물량 자체가 많아 당첨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세부 운영 기준을 보면 특별공급은 전체 공급 물량의 70% 범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세종시 공급 물량의 약 50%가 특별공급 물량으로 배정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특별공급 비율을 2021~2022년 40%, 2023년까지 30%로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아파트 청약에 쉽게 당첨될 수 있는 조건이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1채 소유하고 있더라도 세종시에서는 청약 당첨 확률이 대폭 올라가는 셈이다.

1주택 공무원이 특별공급으로 다주택자가 되더라도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거나 당첨된 세종시 아파트에 실거주해야 한다는 제한 규정도 없다. 2019년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이면서도 세종시에서 분양을 받아 논란이 된 이후 정무직 공무원, 기관장 등을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제도가 손질된 게 전부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특별공급에 3~5년의 의무거주 기간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조차 하지 않고 있다.

향후 ‘특별공급 꽃길’을 따라 더 많은 다주택 공직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나 기업, 국책 연구단지 등을 세종으로 추가 이전할 경우 이들 기관 종사자들도 특별공급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특별공급 제도의 취지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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