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에 월세가 유리할 수도” 조기숙 페북 글[전문]

“임차인과 임대인이 공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필요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달 8일 JTBC 뉴스룸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jtbc 캡쳐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중장기적으로는 주거안정과 합리적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데 월세 위주가 유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조 교수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공생적 관계가 되도록 제도를 디자인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제도적 보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장은 전세가 사라지는 게 국민에게 매우 불편한 일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거안정과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데 월세 위주 시장이 유리할 수도 있다”며 운을 뗐다.

조 교수는 다른 나라 사례를 들면서 월세 제도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주택시장이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월세의 경우 수리와 청소를 임대인이 알아서 해주기에 전세처럼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분쟁이 생길 염려가 없다. 보증금도 한 달 월세만 내기에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우리처럼 월세 보증금으로 월세의 10배 이상을 받게 되면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세가 주가 되면 주거비가 상승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지만 월세 공급이 증가하면 오히려 월세가 하락하는 가운데 시장가가 형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부작용이 많은 전세가 더 좋다는 고정관념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세 때문에 우리 집값은 늘 수요-공급보다 높은 곳에서 형성되어 왔다. 게다가 전세는 깡통전세, 경매 등 임차인에게는 도박만큼이나 위험하다”며 “월세가 새로운 제도로 등장한다고 해도 정부가 제도적 준비만 잘하면 걱정할 일이 없다. 오히려 그동안 전세 제도가 만들어온 집값 거품을 빼는 호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 교수는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임대소득세 구간을 조정해서 임대인도 약간 월세를 낮춤으로써 세율 구간을 낮추고 싶은 구조로 만들면 된다”며 “월세의 크기가 임대인>자가거주자>임차인 순으로만 내도록 만든다면 그게 바로 공평한 사회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도 하에서는 전·월세 논쟁이 불필요하다. 오히려 월세 위주 시장에서 주택가격의 안정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공생적 관계가 되도록 제도를 디자인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다음은 조기숙 교수가 페이스북에 쓴 글 전문.

<윤희숙 대 윤준병, 누가 옳은가?>
1.
전세가 좋은가, 월세가 좋은가? 전세가 사라진다는 윤희숙의원의 연설에서 시작된 논의는 월세가 더 바람직하다는 윤준병의원의 반론에 의해 본격적인 전월세 논쟁이 시작되었다. 당장은 전세가 사라지는게 국민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임에는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거안정과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데 월세 위주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우선 두 분 모두 이런 토론에 불을 지핀 것을 매우 환영한다. 이게 바로 의원들이 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토론이 향후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세우는 이정표가 될 것이므로 언론은 표현의 말꼬리를 잡기보다는 본래의 취지를 최대한 살려 전달해 폭넓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전세의 역기능, 월세의 순기능>
2.
대부분 선진국에는 전세 제도가 없다. 전세는 우리처럼 집값이 많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는 곳에나 존재하지 그렇지 않는 곳에서는 감가삼각을 고려할 때 집주인이 전세를 놓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 게다가 서양의 중산층에게는 부모의 증여로 집을 사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 전세에 해당하는 목돈을 구할 수 없으니 전세 제도가 있을 리 없다. 선진국에서는 집값의 20%와 안정된 직장이 있으면 30년 대출로 집을 살 수 있어 전세가 불필요하기도 하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안정된 직장과 자녀를 갖기 전에는 온갖 생활집기가 구비돼 있어 이사 다니기에 용이한 월세를 산다. 특히 재산세가 워낙 비싸니 대도시의 젊은층은 집을 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오죽하면 정부가 집 구매를 격려하기 위해 매월 은행에 주택대출을 갚는 사람에겐 세금공제 혜택을 준다. 월세의 경우 우리도 그렇지만 수리와 청소를 임대인이 알아서 해주기에 전세처럼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분쟁이 생길 염려도 없다. 보증금도 한 달 월세만 내기에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우리처럼 월세 보증금으로 월세의 십배 이상을 받게 되면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전세는 집값 거품의 주범일지도....>
3.
저금리 시대에 전세가 사라지는 게 당연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부터 도입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는 억지로 전세제도를 연장시켰다. 전세가 더 좋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임대인은 전세를 핑계로 합법적인 갭투자를 할 수 있었고, 정부는 투기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었으며, 전세 임차인은 전세대출을 받아 임대인의 갭투자를 도와준 셈이다. 그 결과 집값이 폭등했다. 따라서 아파트 전월세만 주임사를 해지한 현 정부의 정책은 반쪽에 불과하다. 주택의 종류에 상관없이 전세의 주임사는 없애고, 월세의 주임사는 지금보다는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월세가 새로운 제도로 등장한다고 해도 정부가 제도적 준비만 잘 하면 걱정할 일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그 동안 전세제도가 만들어온 집값의 거품을 빼는 호기가 될 것이다. OECD도 전세제도가 사라져야 한국 주택시장에서 거품을 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시장에서 수요공급에 의해 만들어지는 집값은 전셋값에 가깝다. 그런데 전세 때문에 우리 집값은 늘 수요공급보다 높은 곳에서 형성돼왔다. 게다가 전세는 깡통전세, 경매 등 임차인에게는 도박만큼이나 위험하다. 시대가 변했으면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전세가 더 좋다는 우리의 고정관념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월세 시대를 위한 정부의 준비>
4.
정부는 월세 시대를 맞이해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필자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봤다.
1) 정부는 전세 시장엔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전세대출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만 그건 신용기관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시장에서 전세가의 급상승을 막기 위해 할 일은 공공임대 전세를 주변보다 2-30%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임대를 전세로 하게 되면 그 자금을 공익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어 부동산 투기를 막으면서도 주택공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2) 약간의 목돈이 있는 사람은 전세가 아니라 장기론으로 집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역별로 대출규모에 편차는 있겠지만 안정된 직장이 있는 실수요자의 주택구매를 막는 심각한 대출규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3) 월세 임대인에게는 종부세와 일부 양도세 혜택 정도는 줘야 정부도 월세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월세 인상은 물가상승률만큼만 허용해야지 5%도 높을 수 있다. 월세야 말로 임차인의 잘못이 없는 한 자연스럽게 무기한 재계약이 보장되어야 한다.
4) 정부는 월세 임대인에게 소득세를 징수해야 한다. 고령자의 생계형 임대인에게는 어느 정도 하한선을 두되, 기업형 임대인에게는 정확히 징수해서 그 세수로 월세임차인에게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 월세가 전세 살 때 내는 은행이자 정도만 될 수 있도록 세제혜택으로 돌려주면된다.
5) 학생, 구직자, 실업자 등 세제혜택도 받을 수 없는 월세입자에게는 정부가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든지, 보조금을 지급해 주거복지를 향상해야 한다. 미국은 저복지 사회이지만 대학내 아파트형 기숙사가 많아 대학원생들은 매우 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다. 우리집 큰 애가 미국에서 학부를 다닐 때에는 월세 250불 중 50불인 20%를 지원받았다. 부동산 세수 중 상당비율을 월세임차인에게 정부가 되돌려 주면 월세가 전세보다 나쁠 이유가 없다.

<공평한 사회를위한 주택 제도>
5.
월세가 주가 되면 주거비가 상승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지만 월세공급이 증가하면 오히려 월세가 하락하는 가운데 시장가가 형성될 것이다. 정부가 임대소득세 구간을 조정해서 임대인도 약간의 월세를 낮춤으로써 세율구간을 낮추고 싶은 구조로 만들면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공생적 관계가 되도록 제도를 디자인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앞으로는 모두가 월세를 내는 나라가 되어가게 될 것이다. 자가소유자는 높은 재산세와 주택대출금을 정부와 은행에 내고, 월세임차인은 전세 이자보다 높은 월세를 집주인에게 내지만 정부로부터 차액만큼 환급받고, 임대인은 윌세수익에 해당하는 소득세를 정부에 낼 것이기 때문이다. 월세의 크기가 임대인>자가거주자>임차인 순으로만 내도록 만든다면 그게 바로 공평한 사회 아니겠는가. 이런 제도 하에서는 전월세 논쟁이 불필요하다. 오히려 월세위주의 시장에서 주택가격의 안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PS. 그렇다고 이런 준비 전혀 없이 임대차3법 밀어부친 여당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 점에선 윤희숙의원의 비판도 의미가 있다. 3법 결과 몰아닥칠 변화에 대비를 잘하길 바란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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