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데뷔 10주년에 만난 ‘렌트’는 선물같아요”[인터뷰]

뮤지컬 ‘렌트’ 미미 역 맡은 배우 아이비

가수 겸 배우 아이비가 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뮤지컬 '렌트'에서 미미 역을 맡은 아이비의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렌트’ 속 상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덮친 대한민국은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맞닿아있다. 이 작품에서 에이즈(AIDS)에 걸린 스트립댄서 미미(아이비)가 부르는 넘버 ‘어나더 데이’(Another Day)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뿐”(no day but today). 이 가사는 ‘렌트’의 상징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는 큰 울림이었고 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비에게는 성장통 같았다.

아이비는 뮤지컬 ‘렌트’ 공연이 열리는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언제 막을 내릴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렌트’는 뉴욕에 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1990년대 록 뮤지컬 최고의 히트작으로 1896년 초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한다. 딱 100년 뒤인 1996년 미국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 등장해 파란을 일으켰고 3개월 만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당시 뮤지컬에 마약, 에이즈 등의 소재를 녹여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곡가 겸 작가 조나단 라슨은 초연 하루 전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으로 요절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여겨진다.

가수 겸 배우 아이비가 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뮤지컬 '렌트'에서 미미 역을 맡은 아이비의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올해는 ‘렌트’의 한국 공연 20주년이면서 아이비의 데뷔 10주년이다. 그는 “뮤지컬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만난 ‘렌트’는 선물 같은 작품”이라며 “또 한 번 성장할 것 같아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렌트’가 유독 배우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정제되지 않아 어렵지만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이비도 대본을 받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많이 걱정했어요. 설득력 있게 미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완벽해야 했죠.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어요. 무대 전환이 없어 배우가 그 공간을 다 채워야 했는데 지금까지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면 미미는 가진 힘을 모두 빼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결론은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말자’였어요.”

가수 겸 배우 아이비가 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뮤지컬 '렌트'에서 미미 역을 맡은 아이비의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고음을 시원하게 지르거나 화려한 연기를 펼치는 게 훌륭한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렌트’를 만나면서 많이 달라졌다. 아이비는 “관객에게 작품이 지닌 의미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더 고민하게 됐다”며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동시에 보람도 더 커졌다”고 전했다.

자신이 렌트를 표현하며 고뇌하는 만큼 관객도 많은 생각을 하길 바랐다. “이걸 보고 관객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살아온 방식과 경험이 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제가 가진 선입견을 알게 됐고, 치우쳐있던 사고방식도 바로잡을 수 있게 됐어요. 관객이 미미에게도 이입해보고, 로저의 삶에도 들어가 보면서 여러 경험을 해보고 무언가 하나라도 얻어가길 바라요.”

특히 아이비는 극 중 미미의 나이를 규정하지 않은 채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 넘겼다. 미미는 스스로를 19세라고 소개하지만 실제 나이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비는 “대본을 받고 가장 먼저 나이에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30대 후반인 내가 소녀를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틀을 정해놓으면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원래 대본에 있던 19세라는 말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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