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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 차 안옮겨 내 동생 죽었는데…” 언니의 호소

고속도로 2차 사고로 동생 잃은 언니 청와대 국민청원

피해자가 타고 있던 모닝 차량이 불에 타 전소되고 있다. SBS캡쳐

지난달 고속도로 2차 사고로 동생을 잃은 언니가 “음주 운전자, 보험사, 도로순찰 차량, 관리 당국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세워달라”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잔톨게이트 음주운전 사고 차량 미조치로 2차 사고를 당해 사망한 대학생의 언니입니다. 음주 운전자, 보험사, 도로순찰 차량, 관리 당국의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 대학생 언니라고 밝힌 A씨는 이 글에서 “제 동생은 1차선으로 주행하다가 고속도로순찰 차량 뒤에 잠시 정차하였고, 2차선으로 빠져나가려는 찰나에 고속으로 주행하며 달려온 가해 차량에 충격받아 앞 순찰 차량을 들이받고 차량이 전소되어 사망하였다”며 “사고가 있는 날 제 배우자는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집을 나섰다가 다음 날 새벽 늦게 들어온 뒤 오전에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사고를 알고 있었고, 피해자가 제 동생이었다는 사실에 온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며 운을 뗐다.

지난달 23일 오전 제3경인고속도로서 2차 사고로 인해 차량 5중 추돌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A씨는 이 글에서 고속도로에 정차하고 있던 음주운전 차량과 이 차량을 방조한 보험사 처벌과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11% 수치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음주운전 차량의 이동거부로 인해 고속도로 1차선에 피해차량을 포함해 총 6대가 정차했다. 음주운전자와 보험사가 전화로 사고처리를 30분 동안 얘기했고, 도로공사 순찰차와 사설견인차 2대가 그사이 도착했다”며 “하지만 차량이 시속 100km로 질주하는 사고 현장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음주운전 범죄를 저지른 사람 말에 어쩌지도 못하고 30분이 넘도록 차량을 이동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제 동생이 아닌 누구라도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제로 조처를 할 수 있는 경찰은 그때까지도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경찰이 출동하지 못한 이유도 의문스럽다”며 “음주운전자가 차량을 이동했다면 제 동생은 생일인 어제 가족과 같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자는 단순 음주운전으로만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사가 (음주운전차량을) 이동하지 않도록 한 것인지에 대한 수사도 필요할 것이다. 이에 관하여 수사기관이 확실히 확인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음주운전자의 이동거부로 23살 청년 2명이 사망했는데, 음주운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니 너무 억울하고 힘이 든다”고 적었다.

그랜저 차량이 들이받은 모닝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SBS 캡쳐

A씨는 고속도로 순찰 차량의 안전조치 여부 확인도 주장했다. A씨는 “제 동생 사망사고에서는 SUV 순찰 차량이 정차한 후 경광등과 방향표시등을 제대로 켠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며 “블랙박스를 보면 차량유인인력이 2차 사고를 방지하지 않았고, 삼각대와 불꽃신호기를 설치하지도 않았다. 차량유인인력이 순찰 차량 뒤쪽에서 경광봉으로 차량을 유도했더라면, 삼각대를 설치했더라면”이라고 적었다.

A씨는 국회에 고속도로 사고와 2차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입법을 요구했다. 그는 “고속도로 2차 사고 심각성은 국회와 언론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 차원의 행동 요령과 지침 수정 이외에 법적으로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며 “고속도로 1차 사고 후 임의이동 거부 시 형사처벌 및 즉시 강제이동이 가능하도록 입법, 도로순찰 차량 안전조치에 대한 매뉴얼 구체화 및 미이행 시 형사처벌 입법을 희망한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달 22일 밤 10시40분쯤 제3경인고속도로 고잔톨게이트 인근에서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하여 20대 여성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1차 사고는 고속도로 1차선에서 음주 운전자가 몰던 쏘나타 차량이 앞서가던 차량을 추돌하며 발생했다. 고속도로 순찰 차량은 사고현장에 도착해 사고를 수습했다. 1차선을 달리던 모닝 차량이 이를 보고 정차했다. A씨의 동생은 모닝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 차량이 정차해 있던 모닝 차량을 추돌하며 2차 사고가 발생했다. 모닝 차량은 튕겨 나가 고속도로 순찰 차량을 들이받았다. 모닝 차량 운전자 B씨와 동승자가 숨졌고, 차량은 불이 붙어 전소했다.

1차 사고 운전자 C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11%로 면허취소에 해당할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 경찰은 C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아울러 경찰은 1차 사고 처리 과정에서 2차 사고 방지를 위한 삼각대 설치 등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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