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 배격해야” 윤석열의 언중유골



법복을 접어 든 신임 검사 26명과 가족이 3일 오후 3시45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본관 서문으로 들어섰다. 왼쪽 가슴에 이름표를 붙인 신임 검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앞에서의 신고를 앞두고 웃음기 없이 긴장한 기색이었다. 대검 구조를 몰라 청사 경비인력에게 “이리 가는 것이 맞느냐”고 묻는 검사들도 있었다.

윤 총장은 대회의실에 모인 신임 검사들을 향해 “검사는 언제나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엄숙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주부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말할 당부의 원고를 여러 차례 직접 고쳐쓴 것으로 전해졌다. 선배 검사들은 “신임 검사들이 총장의 정확한 뜻을 알아들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의 수사지휘권 박탈,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권고 등을 둘러싸고 윤 총장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는 해석이었다. 한 검찰 간부는 “민주적 통제라는 이름으로 정권이 검찰 수사에 개입하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된다는 의미까지 엿보인다”고 했다.

윤 총장의 당부는 앞서 추 장관이 법무부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에게 건넨 말과 비교됐다. 추 장관은 임관식에서 “지난 1월부터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검・경이 상호 견제하는 민주적 형사사법제도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새로운 제도의 취지를 이해해 수사권 조정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윤 총장의 발언에는 현재의 수사권 조정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차단하는 식으로 흐를 우려가 담겼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을 향한 메시지도 내놓은 셈이라는 해석은 공통적이었다. 추 장관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검사가 인권감독관”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 폭행 논란을 낳은 수사팀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총장은 “검사의 업무는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라고 했다. 이번 수사팀이 대검의 지휘에 응하지 않은 채 독립성만 강조한 것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꽃다발과 임명장을 든 가족들이 대검을 빠져나가는 신임 검사들의 뒤를 따랐다. 사법연수원 46기를 수료하고 법무관 생활을 마친 뒤 이날 임관한 이도 있었다. 한 신임 검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공부를 할 때 ‘글자만 봐도 토가 나올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며 “아들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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