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명령 발동에 일본제철 “즉시 항고”… 日정부 금융제재 검토

“외교적 대화 통해 파국 막아야” 목소리도 여전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피해자 인권 피해 회복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착취했던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자산 압류명령 효력이 4일 0시부로 발생했다.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이 “즉각 항고할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압류 절차의 실제 집행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상호보복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외교적 노력으로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날 “징용을 둘러싼 문제는 국가 간 공식 합의인 한일 청구권 협정(1965년)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일 양국 정부의 외교 교섭 상황을 감안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이미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되풀이하며 ‘즉시 항고’ 방침을 밝혀 압류명령 집행을 일시 중단시키려는 의도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자산 매각만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대응 조치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외교적 조치로는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사 소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대사 소환은 단교까지 염두에 둔 조치로 상대국에 가장 강한 수준의 불쾌감을 전달하는 외교적 수단이다.

이외에도 한국인 비자 면제 중단이나 비자 취득 조건 강화 등의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 탓에 일본으로 입국하는 한국인이 적은 만큼 실제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경제적 조치로는 금융제재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외교적 보복만으로는 일본 기업이 입을 피해 정도와 균형이 맞지 않아 금융제재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들이 금융의 상당 부분을 일본 은행 등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제재가 가장 효과적인 보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내 보수계 의원 모임인 ‘보수 단결의 회’는 전날 회의를 통해 한국 측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곧장 대(對) 한국 경제제재 발동을 정부에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국제법적 대응 조치인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중재 요청 등은 한국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일 양국은 한일제철의 자산이 실제 현금화되기 전 여전히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다는 계획만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외교채널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계속하겠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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