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민 모친 “딸 가장 괴롭힌 건 ‘임의탈퇴 족쇄’…악플 아냐”

고유민이 2월 15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전에 리베로로 투입돼 리시브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전 여자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의 유족이 “구단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임의탈퇴의 족쇄”를 그의 극단적 선택의 배경으로 꼽았다. 고유민이 생전 악성 댓글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은 맞지만, 현대건설 선수단 생활로 인해 극심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고유민의 어머니 A씨는 4일 “많은 분이 잘못 알고 계시다. 유민이가 가장 힘들어한 것은 악성 댓글이 아니다”라며 “이도희 감독이 2017년 4월 현대건설로 온 뒤 유민이가 변했다.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엠스플뉴스에 밝혔다.

또 “코칭스태프가 훈련을 시키지 않고 의사소통을 거부했다고 하더라. 한 달 동안 말도 걸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숙소에서 자해하는 선수들을 유민이가 감싸주다가 선배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유민은 2013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뒤 7시즌 동안 공격형 레프트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팀의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그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자신의 포지션이 아니었던 터라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없었고, 고유민에 대한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고유민이 3월 초 팀을 이탈하면서 현대건설은 그의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이후 5월 1일 한국배구연맹은 고유민의 임의탈퇴를 공시했다. 임의탈퇴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1개월 안에 원소속팀으로 복귀할 수 있으나, 구단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다른 프로팀에 갈 수는 없다.

A씨는 딸이 임의탈퇴 공시 후 이 감독에게 연락해 사과하면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이 이를 무시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고유민은 자신의 등번호 7번이 다른 선수에게 갔다는 소식까지 접한 뒤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이 감독은 “(팀 내) 갈등은 없었다”며 이같은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고유민이 리베로로 뛰던 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다독여 준 적이 있고, 본래 포지션으로도 되돌려줬다며 수면제 복용 사실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따뜻한 차를 사다주는 등 배려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측도 “투명인간 취급당했다” 등 고유민이 팀에서 갈등을 겪었다는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팀 생활이 힘들다’는 내용이 다수 적힌 딸의 일기장을 경찰에 제출했다며 “잘못된 건 확실하게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 다시는 유민이와 같은 아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유민은 지난 1일 오후 9시40분쯤 광주시 오포읍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유민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걱정한 전 동료가 자택을 찾았다가 그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에 비춰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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