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도, 고구마 화법도 버렸다” 달라진 이낙연 [인터뷰]

윤석열 최재형에 직격탄… “추미애 장관은 개성이 강한 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달라졌다. 그동안 민주당의 8·29 전당대회는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분위기 속에서 맥빠지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 많았다. 이 의원도 선거 초반에는 차분하게 임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부산 합동연설회를 계기로 연설문을 집어던지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무총리 시절 ‘사이다 화법’으로 많은 국민의 호감을 샀던 그는 4·15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으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40%를 얻었다. 하지만 여의도 입성 후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 때문에 ‘고구마 화법’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그의 신중 행보에 지지율은 20% 초반대까지 떨어졌고, 2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맹렬히 추격 중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이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분명하게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그는 특유의 화법이 사이다에서 고구마가 됐다는 지적에 “최근 제 연설을 들어보면 고구마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 총리 때는 총리, 총선 때는 공동선대위원장, 최근엔 국난극복위원장에 충실하기 위해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말을 아껴서 그랬던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면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 해야 할 일을 다 할 것”이라며 “어떤 일을 하든 지나칠 만큼 분명해서 탈이지, 불분명해서 탈이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은 물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당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이하 일문일답.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거듭할수록 연설의 톤이나 동작이 과감해지는 것 같다.
“국난이니까 처음에는 조용한 전당대회로 치러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합동연설회를 다니다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자들은 조용하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감동받고 열광하고 싶어서 오더라.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원고를 버린 것이다. 네 번째 지역이던 부산에서부터 원고를 버렸다.”

이낙연 의원이 지난 2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5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원고 없이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의원이 지난 2일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 5층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박주민 김부겸 의원과 함께 손을 들고 환하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6번의 합동연설회가 남았는데 본인 연설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당대표 후보 세 사람, 최고위원 후보 여덟 사람 중에 유일하게 원고 없이 연설을 했다. 장외 연설은 원고에 함몰되면 호소력이 떨어진다. 원고를 보는 시간에 듣는 사람의 눈을 봐야 한다. 그런 소통이 비교적 괜찮게 이뤄지는 것 같다. 후보들 중에서 지역의 굵직한 현안이나 주민들의 숙원, 꿈에 대해서도 제가 가장 많이 언급한다.”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위기라는 것은 복합적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부동산 문제는 예민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잘못이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어서 국민들이 엄청난 상처를 받으셨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영 몰라주는 몇 번의 발언이 야속하게 느껴졌을 거다. 이런 위기들 속에서 빨리 중심을 잡고 안정감과 신뢰감을 줘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 마음을 잘 못 읽고 있다는 지적, 일방적으로 국회 운영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관계 법안들은 현장의 절박함에 응답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협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부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한 선택이다. 그것마저 못하면 무능한 것이다. 앞으로 이런 선택의 순간이 간간이 올 것이다. 그때마다 당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하다. 유능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설명을 해야 한다.”


-총선 당시 민주당의 오만한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했는데.
“공직자에게는 5대 의무가 있다. 국방 교육 노동 납세 그리고 설명의 의무다. 예컨대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국민께 설명할 것인지 일사불란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어제 방송 인터뷰를 앞두고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청와대, 당 관계자 등 5~6명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미리 물어보고 준비했다. 집권 여당이라면 더욱 더 그런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날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총장이나 최재형 감사원장도 좀 더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최 원장의 경우 직분을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41% 지지율’ 발언을 듣고 대단히 놀랐다. 제가 자기 직분에 벗어나는 것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직분에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들이) 왜 저렇게 직분을 마음대로 넘나들까 마뜩잖게 느껴진다.”

-다른 편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직분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추 장관은) 개성이 강한 분이다. 5선 의원을 거치고 당대표까지 한 분이어서 의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계시리라 믿는다. 주로 국회에서 충돌이 빚어졌는데, 서로 의회를 경험한 사람끼리 존중하면서 아름다운 자세로 돌아갔으면 한다. 국회의원들도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오늘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은 충분하다고 보나.
“공급 측면에서는 일정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부동산 대책은 과세 강화를 통한 수요 억제, 공급 확대, 균형 발전, 과잉유동성의 산업자금 유입 네 가지가 진행돼야 한다. 균형 발전은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투 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 산업자금 유입은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정부의 뉴딜펀드가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주도 펀드는 지난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떤 사업을 펼칠 것인가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사업이 수익성이 있을 것이란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믿음이 생기면 돈이 오지 말래도 올 거다. 억지로 대기업에 할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력 있는 투자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당대표 임기와 함께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어떤 법안을 중점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보나.
“오늘 본회의로 큰 쟁점이 있는 법안들은 대부분 해소될 것 같다. 정기국회는 7월 임시국회처럼 일방 처리가 많지 않은 국회가 되길 바란다. 야당도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품격 있는 정치, 격조 높은 당을 강조했는데 당대표가 된다면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의 눈에 벗어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확실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도 거칠게 행동하고 말하는 분들은 장수하지 못한다. 일본의 한 학자가 ‘고이즈미 키즈’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단명하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돌출 행동과 발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코돌이(코로나19로 대거 당선된 의원들을 지칭하는 말)’란 시중의 표현도 들어봤나.
“들어봤다. 과거 여당이 다수 의석을 가졌던 때에 비하면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결코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 많은 신뢰감을 국민께 드리도록 해야 한다.”

-국민적 관심은 차기 대선에 쏠려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 비했을 때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경험의 범위가 제가 더 넓다. 장점을 두 개씩만 말해본다면 저는 균형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대신에 이 지사는 순발력과 아이디어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제 장점을 더 말하면 불공정하니 두 개만 말하겠다(웃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수원=윤성호 기자

-사이다 화법에서 고구마 화법이 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최근의 제 연설을 들어보면 고구마가 아닐 거다. 사람이 변하는 게 아니다. 제 일관된 생각은 직분에 충실하자는 거다. 총리로서의 직분, 공동선대위원장의 직분에 충실했다. 그리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 때가 말을 극도로 아낀 기간이다. 국난극복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전당대회 등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떤 일을 하든 불분명해서 탈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나칠 만큼 분명해서 탈이라면 몰라도.”

-‘신중’ ‘엄중’ 말고 당대표가 된다면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나.
“중심 대표. 당이 중심을 잡고, 중심을 놓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김나래 이가현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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