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 세종 이전한다고? 먼지 쌓인 국회 세종청사 회의장

국회 요구로 만들어진 청사 내 회의장, 1년에 한번 쓸까말까

정부세종청사 2동에 위치한 국회세종청사 회의장 전경. 전체 820㎡(248평) 규모로 전체회의실, 소회의실, 위원장실 등 총 10개실로 구성돼 있다.

정부세종청사 2동에 가면 1년 내내 잠겨있는 공간이 있다. 4층 공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큰 공간 앞에는 ‘국회세종청사 회의장’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이 공간은 2013년 10월 국회 요구로 정부세종청사 안에 설치됐다. 236㎡짜리 회의장과 소회의실(85㎡), 보좌관실(87㎡), 위원실(124㎡), 위원장실(72㎡) 등 모두 820㎡(248평)에 이른다. 시설설치비용으로 5억4600만원이 들었다.

회의장이 개장된 직후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은 이곳을 방문해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회의장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 분원 역할이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2년여 동안 이 회의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 용도로 단 한번 활용됐다. 5일 미래통합당 윤창현 의원이 정부 세종청사관리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공간은 나흘 활용된 게 전부다. 개장 이후로 봐도 7년 동안 쓰여진 날이 36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대부분 국회예산정책처 직원들이 사용했고, 국회의원들이 세종 회의장으로 내려온 건 10번을 넘지 않았다.


회의장이 텅 비어있는 동안 같은 동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간이 부족해 매월 2000만원 가량 임대료를 주면서 청사 밖 민간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 공정위는 2017년 기업집단국을 신설했지만 청사에 입주할 자리가 없었다. 정부청사관리소에 문의했지만 “청사 내 빈자리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지금까지 나간 임대료만 수억원. 텅 비어있는 국회 회의장을 이용했다면 아낄 수 있는 국민 혈세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국회 분원 설치한다고 세종 땅 보러 다니지 말고, 있는 시설이나 제대로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청사관리소 측은 “국회 요구로 만들어진 공간인데 사용하지 않는다고 국회에 방을 빼달라고 할 위치가 안 된다”면서 “국회가 알아서 자리를 비워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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