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밝히지 못한 ‘한동훈 공모’… 추미애 책임론 불가피



검사와 법조기자가 공모해 여권 실세의 비위를 캐려 재소자를 협박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가 사실상 반쪽의 규명으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기자 2명을 재판에 넘기면서도 이번 의혹의 핵심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는 23쪽 분량 공소장에 기재하지 못했다. 독립적 수사, 기자 구속, 시민사회의 수사중단 권고 이후 압수수색 등에도 불구하고 ‘언’만 기소한 채 ‘유착’은 밝히지 못한 셈이다.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잇따라 비난하며 사상 2번째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추 장관은 지난달 “검사가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있다” “여러 증거들이 제시됐다”며 유착을 기정사실화했었다. 수사팀은 여러 경로로 유착 증거를 찾으려 힘썼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 한 검사장 측은 “이제 이 사건을 ‘검·언 유착’이라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5일 강요미수 혐의로 이 전 기자를 구속 기소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2~3월 이철 전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검찰 수사 가능성을 거론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진술할 것을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후배로 취재 과정에 관여했던 백모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백 기자는 시민단체의 고발 대상에는 없었지만 수사팀이 피의자로 인지했다.

검찰이 문제시한 이 전 기자의 강압적 취재 행위는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로도 어느 정도 드러나 있던 것이었다. 새로 드러날 것인지 주목됐던 기자와 검사장의 공모관계는 공소장에 쓰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공모관계를 기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 수사팀 일부가 항의의 뜻으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보고한 내용을 지휘부가 그대로 결재했다”고 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한 문제가 컸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이 기자 2명을 재판에 넘기면서도 ‘유착’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자, 검찰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무리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추 장관은 지난달 2일 지휘권 발동 당시 이 사건을 “검사가 기자와 공모해 재소자를 협박, 진술을 강요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라고도 했었다.

이번 의혹은 지난 3월 31일 MBC의 보도로 촉발됐다. 이후 이 보도의 제보자인 지모씨와 여권 인사들이 검찰과 법조기자들을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지씨 등도 고발됐으나 수사팀은 편파수사 논란에 시달렸다. 지씨는 검찰에 출석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있는 장소의 사진을 게시하며 “현장 체포가 가능하다”고 수사팀을 조롱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로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겠다”며 “나머지 관련 고발사건도 계속 수사한다”고 말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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