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원피스 정치? 50대 남성 국회 깨고 싶었다” [인터뷰]

류호정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당시 입었던 의상. 뉴시스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종일 계속되고 있다. ‘류호정’ ‘류호정 원피스’ ‘국회 복장’ 등의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악했을 정도다. 류 의원은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양복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권위주의와 국회 관행을 깨고 싶었을 뿐”이라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류 의원은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겪은 ‘원피스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실검) 1등까지 할 줄은 몰랐다. 국회도 일하는 곳이고 (여느 곳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현장에 있던 분들도 ‘오늘은 원피스를 입었네’ ‘붉은색 옷이네’ 정도의 반응이었고 오히려 본인도 편하게 입고 싶다던 남성 의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가 지나친 성희롱과 여성혐오가 쏟아지는 데 대해서는 “제가 입은 원피스는 특별한 옷이 아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라며 “이정도 일상복에 쏟아지는 혐오들을 봤을 때, 평소 보통의 여성들을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류호정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며 입은 복장. 청바지와 반바지 차림이다. 연합뉴스

류 의원을 향한 일부 비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에서 이어진 것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도 의연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저에 대한 비난은 언제나 있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성희롱이나 혐오표현은 다른 차원”이라며 “지금 상황은 그냥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류 의원과의 일문일답.

-복장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었나
“원피스는 처음 입은 거지만 색다른 복장을 입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청바지나 반바지, 양복까지 다양하게 입었었다. ‘50대 중년 남성 중심 국회’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그것이 양복과 넥타이로 상징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관행을 깨고 싶었다. 원피스를 입은 것도 그 이유다.”

-‘패션 정치’라고 보는 시선도 있는데 그렇게 해석해도 될까
“그렇다. 국회 관행을 깨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국회도 일하는 곳이고 (여느 곳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태까지 (양복을 고집하는 분위기에 대해) 논란이 없었는데, 논란이 되지 않은 게 논란이었다고 본다. 오늘처럼 원피스 이슈로 하루를 보내는 게 좋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논란이 될 거라는 예상을 했을 것 같은데
“(실시간 검색어) 1등까지 할 줄은 몰랐다. 청바지를 입었을 때도 그냥 지나쳤기 때문이다. 제가 입은 원피스는 되게 흔한 원피스이지 뭔가 특출난 원피스가 아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인데 논란이 된 거다. 이정도 일상적인 옷차림에 쏟아지는 혐오 표현들을 봤을 때, 보통의 여성들을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 현장에서 의원들이 보인 반응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평소에도 제가 캐주얼한 옷을 입는 걸 보셨기 때문이다. ‘오늘은 원피스를 입었네’ 정도였다. 그동안 남색 청바지나 점프슈트를 입었는데 ‘오늘은 붉은색이네’라는 반응이 있었을 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본인도 편하게 입고 싶다고 말하는 남성 의원들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바로 캐주얼 복장을 입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으니 어두운 면바지나 블랙진으로 시작하거나 넥타이를 벗는 것부터 해보시는 게 어떠냐’는 말을 했고 이런 이야기들을 휴게실에서 나눴다. 오히려 이번 논란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 돼 버렸다.”

-국회 내에서도 복장 변화를 논의하는 목소리가 늘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 국회가 언제까지 이렇게 엄숙하게 권위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 갈 거냐(하는 말들이 있었다). ‘일하는 국회’ ‘시민을 향해 열려있는 국회’라고 하는데 양복이라는 게 권위를 상징하지 않나. 양복 입고 일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겠나. 화이트칼라 중에서도 얼마 없다.”

-‘품위 유지’라는 국회법 조항을 어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의·예절·관행은 변하는 거고 변해왔다. 국회의 관행이나 품위 유지가 천년만년 양복으로 상징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품위유지=양복’이라는 공식은 영원하지 않다.”

-무려 17년 전 있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빽바지’가 덩달아 소환되고 있다
“정의당은 17년 전 ‘빽바지’를 입었던 바로 그 정당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국회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오히려 더 못 입고 있다.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데 오히려 국회는 그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의 비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에서 이어진 것이라는 시선도 있는데
“저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은 언제나 있었다.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걸로 성희롱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점잖게 비판을 하는 것과 지금 쏟아지는 혐오는 다르다. 성희롱은 그냥 성인지감수성의 문제일 뿐이다.”

-이번 논란이 성희롱이나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저는 입법 노동자이며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일하는 여성 청년노동자가 일터에서 겪을 수 있는 모습을 국회에서 저도 겪고 있다. 이곳이 공적 공간이기 때문에 공론장을 통해서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옴으로써 이 엄청난 혐오 표현들을 전시한 채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왜 튀려고 하냐, 관종이냐, 이런 식의 조롱 섞인 반응도 심심찮게 보인다
“제가 돋보이는 이유는 현재 국회가 중년 남성 중심이기 때문이다. 평균연령이 50대 중반이고 남성 비율이 82%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튄다. 그건 국회 다양성의 문제다. 여성도 청년도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건데 아직 낯설게 받아들여진다. 아직 저는 그저 낯선 정치인 인 거다.”

-논란 후 당내 반응은 어떤가
“악플 때문에 걱정을 가장 많이 하신다. 저도 모니터링하시는 분들이 걱정될 정도다.”

-이번 기회로 오히려 공론장이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하다.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해서 우리가 인지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제가 열심히 일해야 한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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