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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 부자 반사이익 얻는 한국판 ‘미아 패로 법’ 될까

임대차 3법, 서민보다 부자 위한 법?
미국 뉴욕시 전례 보니 부자들 더 유리

트럼프 美 대통령, 임대료 인상 제한으로 부 축적
서민들 주거 환경 악화라는 피해 볼 수도


계약갱신청구권·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악법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임차인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다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임대차 3법이 정말 약자를 위한 법인 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경제학자들은 이 정책이 결과적으로 부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돌리는 정책이라 평가한다. 집 사서 많은 세금 내느니 고가의 임대주택에서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사는 부자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임대료 인상 제한으로 가격이 하락한 부동산은 또 다른 부자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대료 인상 제한 정책으로 큰 부를 축적한 대표적 인물이다.

부작용도 만만찮다. 임대료가 세금이나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임대사업자들은 건물 관리를 포기한다. 이윤이 나지 않으니 신규 임대 아파트를 짓겠다는 이들도 사라진다. 오래되고 보수조자 제대로 되지 않는 건물이 늘어날수록 도시는 황폐화한다. 결국 피해는 이곳에 사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뉴욕시 황폐화한 ‘미아 패로법’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 뉴욕시가 꼽힌다. 뉴욕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 임대료 규제법을 시행했다. 한국 임대차 3법의 한 축인 5% 인상 제한과 비슷한 방식으로 임대료 상한선을 뒀다.

저소득층을 위해 시행한 이 법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우디 앨런 감독의 연인이었던 미아 패로라는 배우의 사례가 회자된다. 미아 패로는 1990년대 센트럴 파크가 보이는 초호화 아파트를 임대해 살았다. 방이 10개나 되는 이 아파트의 임대료는 월 2000달러였다고 한다. 당시 적정 시세는 1만 달러 정도였지만 임대료 규제 때문에 올리지 못한 것이다. 뉴욕 시장이었던 에드 콕도 미아 패로처럼 수혜를 입었다. 테라스를 갖춘 방 3개짜리 아파트 월세로 시세의 5분의 1 수준인 350달러를 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뉴욕시의 주택 임대료 규제법은 ‘미아 패로법’으로 불리게 된다.


서민 주거환경 열악해지는 부작용도
미아 패로법은 또 다른 현상도 불렀다. 도시의 슬럼화다. 임대료 규제 때문에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건물 관리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임대료가 물가 상승률과 유지 보수 비용, 보유세 등을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임대사업이 돈이 되지 않다 보니 새로운 임대용 건물을 짓겠다는 수요도 사라졌다. 공급 부족 속에서 건물은 계속 노후화하고 도시 상황은 악화됐다.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초반 브롱크스나 브루클린 등의 지역이 유령도시로 바뀌고 뉴욕에 할렘이 탄생한 것이 미아 패로법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한국처럼 정부 주도의 주택 건설 및 공공임대라는 대안이 있기는 하다. 다만 이는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정부 곳간에 들어오는 돈이 많아야지만 가능한 정책이다. 뉴욕시의 경우 슬럼화를 막을 만한 재정이 부족했다. 미아 패로법 시행 이후 보유세 수입이 급감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 미아 패로법 최대 수혜자
도시의 슬럼화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대표적인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1년 뉴욕 시내의 건물 2채를 매입했다. 센트럴 파크 앞에 있는 주거용 건물처럼 ‘알짜배기’를 헐값에 사들였다. 미아 패로법 때문에 가격이 급락한 시점을 노렸다.

이곳에 새로운 콘도미니엄을 건설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임대인들을 내쫓을 수 없도록 한 미아 패로법을 고민하다 탈법적인 돌파구를 찾았다. 건물 로비의 공중전화를 없애고 주택 내 전등을 어두컴컴한 것으로 교체하고 창문에 페인트를 칠해버리는 등의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 주거 요건을 악화시켜 세입자가 스스로 나가도록 종용한 것이다. 소송전까지 간 끝에 트럼프 대통령은 개축 공사를 진행했고 1986년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이름은 트럼프 타워다. 경제학의 바이블로 통하는 ‘맨큐의 경제학’은 미아 패로법에 대해 “선의에서 시작됐지만 정부의 과욕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정의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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