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lab] 너 벌써 거품 빠진거니…‘에그슬럿’ 내돈내산 후기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의 대표 메뉴인 페어팩스. 사진=최민우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의 한국 1호점이 지난달 10일 서울 코엑스몰 밀레니얼 광장에 문을 열었다.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에그슬럿 샌드위치를 맛보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사람들은 에그슬럿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SNS엔 에그슬럿 인증샷이 넘쳐났고, 유튜브엔 에그슬럿 샌드위치를 소재로 하는 영상이 연달아 올라왔다.

고객들은 에그슬럿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3시간이 넘는 대기시간도 마다하지 않았다. 샌드위치로는 절대 싸지 않은 가격과 긴 대기시간에도 왜 이렇게 에그슬럿을 찾는 걸까.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에그슬럿의 맛에 대한 호기심이 기자의 발걸음을 매장으로 이끌었다.

4일 오전 서울 코엑스 에그슬럿 매장 옆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최민우 기자

지난 4일 오전 7시쯤 에그슬럿 코엑스점을 방문했다. 평일 출근시간대라 그런지 대기인원은 볼 수 없었다. 혼자 줄을 서 있자니 출근길 시민들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저 일하고 있거든요!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조용히 휴대전화에 코를 박았다.

다행히 오픈 30분을 앞둔 7시30분쯤에는 동지들이 나타났다. 10여명의 고객들이 내 뒤로 줄을 섰다. 오픈 직전엔 20여명이 넘는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쌌다. 이때부터 에그슬럿에 대한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역시 맛집에 대한 기대감은 대기줄의 길이와 비례하는 게 틀림없었다.

매장은 오픈과 동시에 고객들로 가득 찼다. 인간띠를 만들었던 오픈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한 인기였다. 미국 햄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이나 ‘인앤아웃(In-N-Out)’ 만큼이나 유명한 에그슬럿 샌드위치를 먹을 생각에 침이 고였다.

자리에 앉은 나는 에그슬럿의 대표 메뉴인 페어팩스와 슬럿, 오렌즈주스를 주문했다. 샌드위치는 1인당 최대 3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 계산서엔 2만100원이 찍혔다. 각 메뉴의 가격은 페어펙스 7800원, 슬럿 6800원, 오렌지주스 5500원이다. 샌드위치값 치고는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이다. 샌드위치는 금방 받을 수 있었다. 주문한 뒤 음식을 받기까지 14분이 걸렸다. 정확히 8시9분에 주문을 해 8시25분에 받았다.

에그슬럿의 대표 메뉴인 ‘페어팩스’와 ‘슬럿’, 오렌즈주스. 사진=최민우 기자

페어팩스는 브리오슈 번에 스크램블드 에그, 캐러멜라이즈드 어니언(달큰하게 볶은 양파), 스리라차마요(핫 소스의 일종인 스리라차에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를 얹은 샌드위치로 에그슬럿이 푸드트럭을 몰았던 할리우드의 ‘페어팩스 애비뉴’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페어팩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빵 사이에는 노란 스크램블드 에그가 가득 차 있었다. 갓 나온 빵 내음이 후각을 자극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입에 침이 고였다.

두두두두둥. 페어펙스를 들어 요리조리 살펴본 뒤 한입 가득 페어팩스를 베어 물었다. 고소한 빵과 부드러운 스크램블드 에그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스크램블드 에그 위에 올려진 치즈와 부드럽게 볶아진 양파가 풍미를 더 했다. 첫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짠맛이 강하게 났다. 소스가 골고루 퍼져있지 않아서인지 특정 부분에서 짠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평소 담백한 음식을 즐기던 사람들은 자극적이라고 느낄 것 같았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닌 듯했다. “짜다, 맛이 좀 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들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튜브와 SNS에서도 샌드위치가 ‘너무 짜다’는 평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줄을 서고 비싼 돈을 들여 먹기에는 아깝다”는 혹평도 있었다.

에그슬럿의 대표 메뉴인 ‘슬럿’은 으깬 감자와 수비드 방식으로 익힌 수란을 바게트에 얹어 먹는 메뉴다. 사진은 걸쭉해진 수란을 바게트 위에 얹은 모습. 사진=최민우 기자

작은 유리병 속에 담긴 슬럿의 맛은 좋았다. 고소한 감자와 담백한 수란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자아냈다. 슬럿은 으깬 감자와 수비드 방식으로 익힌 수란을 바게트에 얹어 먹는 메뉴다. 유리병 안에는 으깬 감자가 채워져 있고, 그 위에 수란이 올려져 있다. 음식이 나온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꼼꼼하게 휘저어주세요”라는 직원의 조언이 생각났다. 숟가락으로 수란 한 가운데를 터뜨리자 노른자가 흘러내렸다. 노른자와 감자를 걸쭉해질 때까지 섞었다. 에그슬럿은 수란을 저을수록 슬럿의 풍미가 깊어진다는 설명이다. 걸쭉해진 수란을 한 숟가락 떠서 바게트 위에 얹어 먹자 담백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아쉽게도 바게트는 바삭하지 않고 질겼다. 바게트가 살짝 아쉬웠지만 슬럿은 줄서서 한번쯤 먹어볼 만한 맛이었다. 오렌지 주스는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았다. 맛이 강한 에그슬럿의 메뉴들과 제법 잘 어우러졌다.

다 먹고 매장을 나서며 자문해봤다. 다시 오게 될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에그슬럿, 줄서서 먹을 맛이야?” 묻는다면 이렇게 답을 해주겠다. “줄서서 먹는 집은 언제나 진리지.” 기대감과 허기가 최고조로 달할 테니까 말이다.

[해볼lab]은 ‘해볼까?’라는 말에 ‘실험실’이라는 뜻의 ‘lab’을 조합해 만든 단어입니다. 국민일보 기자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그 감상을 솔직히 담았습니다.

사진=최민우 기자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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