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원피스가 왜?” 인턴들 ‘미니스커트’ 입고 출근해봤다


꽃무늬 하와이안 셔츠, 짧은 청치마, 반바지, 트레이닝복 바지, 체크무늬 원피스.

더운 여름철,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차림새다.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식당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하지만 출근길이라면? 꽃무늬 하와이안 셔츠에 짧은 청치마를 입고 출근하는 은행가, 정치인, 기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난 4일 이같은 출근룩에 관한 암묵적 합의에 반기를 든 인물이 나타났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다. 그는 여성 정치인 최초로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는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술집 도우미” “새끼 마담” 등 도를 넘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를 둘러싸고 형성됐던 류 의원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반감이 원색적 성희롱으로 폭발한 듯했다. 이런 반응은 반작용도 불어왔다. 반대편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탄” “새로운 시도를 응원한다” “더불어민주당 꼰대 인증” 등 류 의원에 대한 응원이 쏟아졌다.

국민일보의 20대 인턴들은 의아했다. 대체 빨간 원피스가 뭐라고. 고작 빨간 원피스 한벌에 국회가 이리 시끄러워질 일인가. 그래서 우리는 ‘세상 편한’ 각자의 일상복으로 출근해보기로 했다. 누구는 꽃무늬 하와이안 셔츠를, 누구는 미니스커트를, 다른 이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 그렇게 ‘남다른’ 복장으로 국민일보 건물에 진입한 인턴 5명은 7일 휴게실에 모여앉아 대한민국 정치판의 핫이슈 ‘류호정의 빨간 원피스’를 논했다. 세상 진지하게.


원피스에 “새끼 마담” 이거 실화?

인턴 5명 중 4명은 류 의원의 패션이 “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들 4명은 국민에게 대한민국 국회가 어떤 이미지로 비춰졌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턴 B씨는 “뉴스에서 접하는 국회의 모습은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들로 가득했다”며 “20대 여성의 빨간 원피스는 시각적으로 분명한, 변화의 선언처럼 보였다. 신선했다”고 말했다.

인턴 D씨 역시 동의했다. 그는 “국회는 여러 집단을 대변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류 의원은 다양한 집단 중 하나를 대표하는 역할을 했다. 청년과 여성이다. 국회의 권위주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의견의 장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국회의 역할이라 본 것이다. 오래된 관행에 대한 논의를 양지로 끌어내고 표준에 대한 정의를 흔드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의 패션이 앞으로 여성 인권 측면에서 변화를 이끌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턴 A씨는 “이날 류 의원이 입은 옷은 평상시 여성들이 즐겨 입는, 진짜 보통의 원피스다. 특별할 것 하나도 없는”이라며 “우리가 매일 입는 옷차림을 보고 ‘술집 여자 같다’ ‘미투 낚시질’ 같은 성희롱을 하는 걸 보고 솔직히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나설 때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보는 건가, 이런 생각. 사회가 젊은 여성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류 의원을 응원하고 있다. 이는 평소 국회가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 갖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국회가 그동안 여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던 거다. 국회는 그런 비난을 감수하고 앞으로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류 의원이 의상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인턴 C씨는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강조했다. 그는 “과도하게 복장을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국회 본회의는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곳인 만큼 최소한의 격식은 차릴 필요가 있다”며 “사람마다 생각하는 적절한 옷차림의 기준이 다르다. 본인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더라도 타인에게는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적정선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평상시의 인턴기자 출근룩

새로운 시도를 한 인턴들의 출근룩

출근룩, 너 누구니?

평소 국민일보 인턴 기자들도 셔츠, 블라우스, 슬랙스 바지 등 캐주얼 정장 차림을 즐겨 입었다. 무채색의 반팔 티셔츠나 면바지, 청바지 역시 대체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다. 이날 인턴들은 “직접 행동해야 생생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심정으로 기존의 출근룩을 벗어 던지고 과감한 옷차림을 시도했다. 알프스 소녀를 닮은 체크무늬 원피스, 휴가지에 놀러 갈 법한 하와이안 셔츠, 홍대 밤거리를 휩쓸 법한 트레이닝복 바지, 짧은 반바지와 청치마 패션 등 다양한 스타일을 입어봤다.

출근길은 여느 때와 다르게 조금 위축됐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A씨는 “지하철에 모두 정장 차림으로 출근을 하는데 혼자만 튀는 것 같아서 걱정했다”며 “선배들도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다들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 도착해 업무에 열중하다 보니 아무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며 “괜히 나 혼자 지레 겁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인턴들은 출근 복장이 회사 업무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온 C씨는 “내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편안한 상태일 때 업무의 질도 높아진다”며 “과거 직장에서 외모와 복장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화장을 안하면 은근히 눈치를 줬다. 머리를 잘랐을 때는 실연당했냐고 묻더라.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타인이 내 외모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게 업무에 도움이 될리가 없다.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고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예상됐다. B씨는 “아직은 회사에서 옷차림이 단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변화가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며 “상사들이 먼저 자유롭게 의상을 입고 이런 분위기를 장려한다면 회사 내 다양성과 개성이 보장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류 의원의 빨간색 원피스가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에 밀레니얼 반응

2030세대 “원피스는 죄가 없다”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은 류 의원의 패션과 인턴 기자들의 출근룩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인턴들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약 70명의 2030 세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1명을 제외한 69명이 류 의원의 패션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다수의 응답자가 “회사 규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출근룩은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인턴들의 출근룩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정치인의 행동에는 항상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류 의원의 정치적 의도에 집중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여성 의원에 대한 시선과 여성 인권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국회가 국민의 삶에 대해 논의하는 곳이라면 의상 논쟁 역시도 국회의 기능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류 의원의 의상에 성적인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조롱받아야 할 일인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최씨 역시 “국회라고 해서 굳이 어두운 정장에 불편한 의복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전에도 류 의원은 편안하고 격식 없는 의상들을 입어왔다. 원피스는 그 의상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박모씨는 “오히려 류 의원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애초에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게 문제가 됐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답했다.

김지은, 황금주, 최성훈, 양재영, 박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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