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피폭 75주년… 아베에 맞선 한 시장의 ‘평화 호소’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이 9일 나가사키시 마쓰야마마치 평화공원에서 열린 피폭 75주년 희생자 위령제에서 평화 선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애도 화환을 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모습. AP 연합뉴스

태평양전쟁 말기 미국의 두 번째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나가사키시에서 75주년 위령제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나가사키 시장이 던진 평화 선언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개헌을 단행해 ‘전쟁 가능한 국가’를 꿈꾸는 아베 신조 총리에 맞선 지방자치단체장의 묵직한 호소로 핵무기 근절에 당장 앞장서라는 평화의 메시지다.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은 9일 마쓰야마마치 평화공원에서 열린 피폭 75주년 희생자 위령 및 평화 기원 행사에서 소형 핵무기 개발이 진전돼 실제 사용될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각국 지도자가 힘을 합쳐 실효성 있는 핵 군축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우에 시장은 미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핵 군축 약속을 무효로 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보유국과 핵우산 아래의 국가들에서 핵무기금지조약(TPNW) 발효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의 핵 군축은 “너무나 늦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를 향해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함으로써 헌법의 평화 이념을 영구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나가사키시 마쓰야마마치 평화공원에서 열린 피폭 75주년 희생자 위령 및 평화 기원 행사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날 같은 자리에 선 아베 총리는 “비핵 3원칙(핵무기 보유·제조·반입 금지)을 견지하면서 입장이 서로 다른 나라 사이의 중개 역할을 맡아 핵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지난 6일 히로시마 피폭 기념행사에서도 비슷한 발언으로 국내외 비판을 에둘러 비켜갔다.

세계 유일의 핵 피폭국인 일본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이어 같은 달 9일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수십만명이 희생되는 참사를 당했었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에 방위·안보를 의존하면서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개발과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50개국(지역)의 비준을 받아야 발효되는데 이달 6일 기준으로 총 43개국이 비준했다. 한국 일본 미국은 여전히 예외다.

9일 나가사키시 마쓰야마마치 평화공원에서 열린 피폭 75주년 희생자 위령제에서 어린이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합창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1년간 사망한 피폭자 3406명의 이름이 원폭 사망자 명부에 추가되는 봉안식도 열렸다. 교도통신은 현재까지 나가사키 원폭에 따른 사망자가 18만5982명이라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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