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농부들 뜻밖의 신사업…코로나로 ‘농촌 캠핑’ 인기

코로나 불황에, 브렉시트 앞두고…막막했던 농부들 ‘대체 수입원’ 찾아

영국 웨일스 남부 펨브로크셔 스트럼블 헤드의 바위에서 8일(현지시간) 한 어부가 낚시를 하고 있다. 많은 영국인들이 코로나19 탓에 '스테이케이션'을 선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PA 연합뉴스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 서포크 지역에 사는 농부 조너선 심퍼(54)는 최근 정신없이 바빠졌다. 강가에 있는 그의 농장에서 캠핑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심퍼는 9일(현지시간) “강 어귀에 있는 우리 농장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면서 “이번 주말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어 온 농가들이 바이러스가 불러온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붐’을 타고 새로운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스테이케이션은 집이나 차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머물며 휴가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런던을 비롯한 도시에선 계속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방역 때문에 시민들은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해외여행도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가까우면서 안전하고 한적한 곳’을 휴가지로 선택한다. 대형 리조트나 호텔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과 반대로 농가의 지주들은 신사업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이미 가시화됐고, 영국 농가는 유럽연합(EU)이 지원해주는 농업 보조금이 사라지기 전에 수익성을 확보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많은 농부들이 캠핑장을 열어 새로운 휴가 트렌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역내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과 농가 소득 유지를 위해 연간 650억 달러(약 77조원) 규모의 농업보조금을 집행하고 있다.

부동산업체 새빌즈는 지주들에게 농업이 아닌 관광 및 레저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사이먼 포스터 새빌즈 관광업 분야 총괄은 “캠핑은 이미 존재하던 휴가 트렌드였지만 팬데믹이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면서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최근 몇달 간 급증하고 있고, 이 변화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내 많은 농장들이 사업을 다각화시키고 캠핑과 글램핑을 선택하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퍼도 그런 농장주들 중 하나다. 그는 코로나19 봉쇄령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농부이면서 어부이기도 한 심퍼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조업에도 나가지 못했다. 심퍼는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지었지만 수익을 낼 수 없었다”면서 “도매상에게 아스파라거스를 팔아야 하는데 런던의 음식점이 모두 닫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입은 손실을 캠핑장 운영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내년 캠핑 예약도 받고 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부수입을 얻을 방법을 찾던 농부 닉 무어(55)는 요즘 ‘팝업 캠핑장’으로 돈을 벌고 있다. 평소에는 농사를 짓다가 휴가철엔 농장 일부를 캠핑장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무어는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 지역 뉴포레스트 국립공원 언저리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 얼마 전 약 4000㎡ 규모의 캠핑장을 열었다.

그는 “영국이 EU를 떠나면 많은 상황이 변할 것”이라면서 “‘한 번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중 야영객을 보내고 새로 주말 고객을 맞이하던 그는 “지금 완전히 녹초가 됐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놨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예약이 모두 차고 있다. 무어는 앞으로 매년 캠핑장을 열 계획이다.

온라인 캠핑 예약 사이트 ‘쿨 캠핑’의 제임스 스미스는 “지난해 대비 두 배 가량의 새로운 캠핑장이 올해 문을 열었고, 대부분 농지에 생겼다”면서 “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부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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