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79% 득표율로 30년 집권 눈앞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일인 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투표 종료 후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중 한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1994년부터 26년간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은 6연임을 위한 이번 대선에서도 승리해 또다시 5년간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치러진 벨라루스 대선 출구 조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79.7%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6기 집권에 성공하면 30년 집권도 눈앞에 두게 된다. 벨라루스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투표 종료 후 투표소에서 곧바로 개표 작업이 진행됐다. 초반 개표 결과에서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80%가 넘는 득표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루카셴코는 26년 집권 중이다. 그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는 6.8%를 얻는 데 그쳤다.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말 당국에 체포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이다. 남편을 대신해 출마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대규모 득표에는 실패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의 대선일인 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 마련된 한 투표소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투표하고 있다. 지난 1994년부터 26년 동안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 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6연임에 도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 외 다른 3명의 후보는 0.9~2.3%의 저조한 득표에 머물렀다. ‘모든 후보에 반대’ 란에 기표한 유권자는 9.2%였다. 출구 조사는 옛 소련권 TV 채널 ‘미르’의 의뢰로 벨라루스 ‘사회연구청년실험실’이 320개 투표소 1만2340명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했다. 투표율은 79%를 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벨라루스 선거법은 등록 유권자 50% 이상이 투표해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날 투표는 전국 5700여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됐다.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일인 9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야권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가 종료되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선거에선 1994년부터 26년간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 현 대통령이 79.7%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AFP연합뉴스

루카셴코 대통령은 80% 내외 압승을 거두며 5년 임기 집권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 된다. 그는 2015년 대선에서도 83% 득표율로 대승을 거둔 바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성장, 국민 복지 향상, 법치 강화, 국가 주권 수호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티하놉스카야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야권은 루카셴코 정권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심각한 경제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처 등을 비판했다. 대대적 개혁을 바랐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지는 못했다.

다만 야권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행정력을 동원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운동을 펼쳤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유력한 야권 후보들의 후보 등록을 좌절시키는 한편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하는 등 불법·편법 선거를 했다고 주장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저녁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내 눈을 믿는다. 다수는 우리 편에 있다”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수도 민스크 등 일부 도시에선 루카셴코 대통령 압승 결과에 반발한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민스크 시내에선 수천 명 시위대가 대선 결과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다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섬광탄과 최루탄 등이 민스크 시내를 가득 메웠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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