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참사, 무능한 정부 탓…레바논 내각 줄사퇴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이하 연합뉴스

대형 폭발 참사가 발생한 레바논에서 장관 등 고위직 인사들이 연이어 사의를 밝혔다. 레바논 시민들은 위험물질을 방치한 정부가 폭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연일 대규모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은 9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AFP통신과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같은 날 마날 압델-사마드 공보부 장관에 이어 사임의 뜻을 밝힌 두 번째 장관이다.

카타르 장관은 성명을 내고 “엄청난 재앙이 벌어짐에 따라 사임을 결정했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레바논의 통치 체제가 “무기력하고 무익하다”고 비난하면서 “여러 개혁 기회를 망쳐버린 현 정권은 마지막 희망마저 잃었다”고 전했다.


앞서 압델-사마드 공보장관도 “국민의 염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국민의 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레바논 행정부는 사실상 마비돼 사고 희생자의 신원 파악도 못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르완 아부드 베이루트 시장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희생자들이 많다”며 상당수는 사고 현장에서 일하던 트럭 운전기사나 외국인 노동자라고 밝혔다.

레바논의 건설·농업·운송 분야에선 시리아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율이 높다. 시리아 정부는 베이루트 폭발 사고 사망자 158명 중 45명이 시리아 국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레바논 시민들은 정부의 부주의와 관리 부실로 폭발 참사가 벌어졌다며 연일 거센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언론 데일리스타와 로이터 통신 등은 8일 레바논 시위대 수천명이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광장 등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위 참가자가 약 5000명이라고 전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로 정하고 폭발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우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정부를 겨냥해 ‘물러가라, 당신들은 모두 살인자’라는 팻말을 들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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