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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들의 ‘기막힌 세테크’… 103억 자산, 종부세 252만원 [이슈&탐사]

[의원님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 그래서 얼마나 내셨나요] ①세금 덜 내는 부동산


21대 국회의원 300명이 지난 총선 당시 자신과 직계 가족(고지 거부 제외)이 보유했다며 신고한 부동산 자산은 주택, 건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을 모두 합쳐 1183건, 4095억8006만원 상당이다. 평균으로 셈하면 가족 당 13억6526만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신고한 금액이어서 실제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 시세 반영률 70%(아파트 기준)만 적용해 추산해도 약 5851억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국민 1인당 평균 부동산 자산(3억원)과 비교하면 부동산 부자들이라 부를 만하다.

정부는 다주택 부동산 자산가들을 겨냥해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한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여당은 지난 4일 후속 입법 처리를 강행하며 이를 보조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불로소득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설명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의 자산 내역을 본 세무 전문가들은 “고가 주택분이야 늘겠지만 전체 자산 대비 보유세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자산 상당수는 최근 일고 있는 증세 영향권에서 빗겨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21대 국회의원 300명의 부동산 자산에 따른 세금 납부 내역을 분석했다. 국회의원들은 부동산 자산의 절반 정도를 보유세 과세기준이 낮거나 감면 혜택이 높은 토지나 상가 등 물건으로 분산해 쥐고 있었다. 부동산 성격별로 과세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현행 조세체계를 십분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택의 경우 공시지가보다 시세 상승이 가파른 똘똘한 아파트를 소유한 경우도 많아 실효세율은 낮았다.


의원님들의 포트폴리오
국회의원의 세금 내역을 보면 최근 증세 논란이 부동산 자산가들에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부동산 자산은 신고 가액으로만 148억5428만원 정도다. 대구 수성구의 전용면적 245㎡ 아파트가 16억6400만원, 강원도 평창과 경북 경산 등지의 11만9682㎡(3만6203평) 땅이 9억9028만원이다. 노른자 땅인 강남구 반포동 고속터미널 인근 빌딩 한 채도 그의 소유인데 가액은 2009년 당시 매입가인 77억원으로 기재됐다.

한 의원은 1주택자이자 세입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 273.35㎡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데, 이곳 임차보증금은 45억원이다. 임차보증금을 뺀 순수 부동산 자산은 103억5000만원 상당이지만 시세는 훨씬 높다. 한 의원이 보유한 대구 아파트만 해도 2년 전 실거래가가 21억원을 넘어섰다.

100억원대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한 의원의 지난해 종부세는 그러나 252만원에 불과했다. 재산세(2263만원)까지 합한 보유세 총액은 2515만원, 월 209만원 수준이다.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왼)과 윤상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뉴시스

한 의원과 비슷한 수준의 종부세를 낸 의원은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다. 윤 의원은 서울 강남구와 인천 미추홀구에 보유 중인 아파트 2채를 각각 13억9200만원, 2억9000만원으로 신고했다. 1억589만원 상당의 용인 땅과 1억2600만원 상당의 강남구 오피스텔까지 부동산 자산 가액으로 모두 19억1404만원을 신고했다. 그가 지난해 낸 종부세 총액이 258만원이다. 부동산 가액이 103억원대인 자산가의 종부세가 19억원대 자산가의 종부세보다 6만원 적었다.

부동산 부자 국회의원들의 낮은 보유세 부담 비밀은 황금 분할한 포트폴리오에 있었다. 국민일보는 보유 자산과 그에 대한 세금 부담을 확인하기 위해 21대 국회의원 신고 재산(총선 당시 선관위 신고 내역 기준) 중 부부가 직접 소유한 부동산 내역만 한정해 분석해 봤다. 부동산을 1건 이상 지니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264명이다. 총 부동산 개수는 1026건인데 이중 553건이 토지였고, 상가·상가주택·빌딩·복합건물 등 수익형 건물이 116건이었다. 토지나 상가, 빌딩 등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아파트에 비해 크게 낮고 종부세 대상 가액 기준은 높다. 부동산 자산 절반 정도를 보유세가 적은 물건으로 분산해 쥐고 있었던 것이다.

주거용 주택 329채 중 아파트는 257채다. 이중 강남·서초·송파 소재 ‘똘똘한 물량’이 54채였다. 이곳 공시지가는 더 빨리 가파르게 값이 오르고 있는 시세를 따라가기 역부족이어서 실효세율은 낮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장기보유특별공제나 고령자공제 혜택을 받고 있었고, 공동명의 등 지분 쪼개기 절세법을 더해 실효세율을 더 낮췄다. 국회의원의 보유 부동산 대비 납부 세금이 적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제도 하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세금 부담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정치인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미 퍼져있는 문제”라며 “제대로 과세하지 않는 현실이 누적돼 자산이 자산을 낳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차이나도 되는 건가요
국민일보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통해 국회의원 232명의 실제 세금 납부 자료를 확보했다. 국회의원들이 지난 총선 때 스스로 공개한 자료다. 이를 바탕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따져봤다. 232명이 지난해 낸 종부세는 1억8393만원, 재산세는 4억8917만원에 그쳤다. 이들이 신고한 부동산 자산은 가액만 2824억8235만원이고, 시세반영률 70%를 적용해 추산한 금액은 4035억4621만원 상당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0.16%로 2018년 기준 한국의 민간 부동산 실효세율과 같은 수준이다. 일반 국민보다 더 많은 부동산 자산을 지니고 있는데도 보유세 부담은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부동산 자산 규모 대비 과세 수준을 보면 공평 과세 원칙이 제대로 작동돼 왔는지 의문이 발생한다. 국민 상식대로라면 더 많은 부동산 자산을 가진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 더 많은 세금을 냈을 것 같지만 국회의원들 납부 내역을 분석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의원(왼)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뉴시스

배준영 통합당 의원 부부는 건물 13건을 보유하고 있다. 신고 가액만 28억5109만원 상당이다. 배 의원 본인 명의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아파트 1채(전용 118.12㎡)와 국회 인근에 사무실 11개를 가지고 있다. 배우자 명의로도 여의도동에 사무실 1개를 보유 중이다. 그의 아파트는 재산 내역 상 가액이 9억5200만원, 증여받은 토지 등 가액은 6억2787만원이다. 하지만 여의도 빌딩 부자인 배 의원의 지난해 종부세는 56만6000원에 불과했다. 재산세는 752만3000원에 그쳤다. 총 보유세가 8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부부는 광주 광산구와 서울 마포구에 전셋집만 얻어둔 무주택자다. 무주택자 권 의원 남편은 상가 10건을 보유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상가 6개, 경기도 화성시 상가 3개, 제주도 서귀포시에 소규모 호텔 1개로 총 21억여원 상당의 물건을 들고 있다. 상가 부자 권 의원 부부는 종부세 내역이 ‘0’원이었다. 지난해 낸 재산세는 482만원, 5년 총합이 2154만원이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왼)과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부부는 서울 강남의 다세대 주택 3채(14억5800만원)와 사무실(5억100만원), 인천 강화도 전원주택 (1억1000만원) 등 공시지가 20억6900만원 상당의 건축물과 토지 3647만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강남의 4채는 서울 논현초등학교 인근의 다세대 주택 건물 1~4층을 통째로 들고 있는 것인데 층별로 나눠 신고한 것이다.

그가 지난해 낸 재산세는 240만원, 종부세는 84만원이다. 지난 5년간 낸 보유세는 재산세 1017만원, 종부세 203만원으로 총 1220만원이었다. 권 의원과 비슷한 수준의 부동산 자산을 지니고 있지만 세금은 절반 수준이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상가 5건(가액 16억7898만원), 토지 3건(4억2835만원), 아파트 1채(2억2000만원)를 지니고 있다. 자산 가액 23억2733만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한 지난 5년 종부세 총액은 178만원이 전부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은 충남 아산에 상가 4개와 아파트 1개 총 14억7269만원 상당의 건물 자산을 들고 있지만 종부세는 한 번도 내지 않았다.


자산 양극화 못 잡는 과세체계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부동산 성격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과세 체계 때문이다. 상가의 경우 건물이 세워진 땅값이 공시지가 기준 80억원이 넘어야 종부세를 낸다. 부동산종합포털을 참고해 계산한 한 의원 소유 상가 토지의 1㎡ 당 공시지가는 1554만원(2020년 1월 기준), 건물이 세워진 토지 면적(413.9㎡)을 곱하면 토지 가격은 64억3200만원 수준이다. 이택스에서 확인한 건물분 올해 시가표준액은 7억8928만원이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안 되는 것이다.

한 의원 빌딩에는 그가 채무자로 65억원 상당의 금융기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2009년 매입 당시 52억원을 설정했다. 근저당 비율을 감안하면 매입 당시 47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는 뜻이다.

빌딩 투자의 결과는 어떨까. 빌딩 지하 1층엔 스크린골프장이, 지상 1층엔 유명 음식점이 입주해 있다. 나머지 층은 사무실인데, 그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서울 사무소도 이 건물 일부에 입주해 있다. 한 의원은 그간 이들로부터 임차 수익을 얻어왔다. 건물 보유 기간도 이미 10년이 넘어 양도 시 차익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빌딩은 한 의원이 매입하기 2년 전인 2007년에 한 차례 손바뀜이 있었다. 당시 매매 가격은 55억5000만원이다. 한 의원은 77억원에 구입했으니 당시 2년 가격 상승률이 38.7%나 됐다는 말이다. 이후 빌딩 시세는 확인이 안 됐다. 다만 해당 빌딩 인근의 공인중개사들은 “평당 1억원 정도 보면 된다. 모양에 따라 다르지만 평당 최소 8000만~1억2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설명대로라면 시세는 15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매입가의 거의 2배다. 자산이 자산을 키운 것이다. 반면 그가 지난 5년 동안 낸 보유세 총합은 1억275만원이었다.


시민단체는 그래서 현행 과세체계가 자산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금 자료를 확보한 232명 국회의원 자산 현황만 살펴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주택, 상가 등 소유 건물이 3건 이상(토지 제외)인 국회의원 63명의 부동산 자산은 1227억8922만원으로, 나머지 169명의 부동산 자산 총합(1199억5208만원)보다 많다.

232명 중 18명은 부동산 자산이 하나도 없었다. 이들을 제외한 214명 중 하위 10%는 부동산 자산이 22억3572만원 상당이다. 상위 10%가 지닌 자산(1430억6217만원)의 1.56%에 불과하다. 분석 대상 의원들의 자산 총액 절반을 상위 10%가 소유하고 있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1990년 종합토지세 도입 당시 빌딩과 상가에 일반 주택 세율을 적용하면 세부담이 무겁다는 반발이 있어 주택에 비해 세부담이 가볍도록 설계됐는데 그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실거주하는 아파트에만 관심이 집중돼 오랜 시간 빌딩 등 세율은 건드리지 않았고, 부동산 문제는 전부 아파트 문제라는 일종의 착시현상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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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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