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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자질문 기록” 법무부 인권TF 추진… 검사-기자 접촉 막나


법무부가 검사와 기자간 대면접촉 시 오간 대화를 대장(臺帳)에 기록·보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보호 수사를 위한 제도개혁을 논의하겠다며 출범한 ‘인권수사 제도개선 TF’에서 나온 발상이다. 법무부의 이 같은 방안은 지난해 제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에 이어 검사와 기자의 접촉을 사실상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감시 받지 않는 권력기관을 만드는 격이며, 그간 강조돼온 검찰개혁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속 기구로 출범한 ‘인권수사 제도개선 TF’에서는 검사와 기자의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방안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TF는 동시출범한 대검찰청 ‘인권중심 수사 TF’에 해당 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TF의 한 관계자는 국민일보의 관련 질의에 “법무부에서 추진하는 것은 맞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으로는 검사가 기자와 만났을 때 기자의 소속·이름은 물론 기자의 질문과 검사의 답변 내용을 기록해 보고하는 시스템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수사 중인 형사사건과 관련해 전문공보관이 아닌 검사나 검찰 수사관과 기자의 개별접촉을 금지시킨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TF 출범 당시 “여전히 검찰의 수사관행에 문제가 많다”며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을 지적했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10일 “검찰발 기사가 너무 많다”며 기록 대장의 필요성을 에둘러 말했다.

TF의 생각이 검찰 내부에 알려지자 검사들은 “앞으로 누가 기자와 만나거나 취재에 응대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검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겠다는 얘기로 들린다”며 “기사가 나오면 유출자를 색출해내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다른 검사도 “법무부에서 기자 접촉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을 검토 중인 사실 자체만으로도 위축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TF안이 도입된다면 ‘알 권리 침해’ ‘깜깜이 수사’ 논란이 또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타 기관에서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는지 의문이며,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허윤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언론의 궁극적인 기능은 권력기관인 검찰이 권력을 정당하게 집행하는지 감시하는 것인데, 이를 무력화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도 법조계와 법학계에서 “알 권리를 쓰레기통에 던졌다”는 날선 비난이 나오기도 했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인 단계이며, TF의 활동 기한과 결론 발표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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