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공제 챙기고 ‘세금폭탄’ 피한 강남 의원님들 [이슈&탐사]

[의원님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세금은 얼마나 내셨나요] ②반감되는 보유세 효과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연이은 대책 발표와 여당의 후속 입법 강행이 거센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저항론자들은 집값 상승 책임이 정부에 있는데 주택 소유자에게 이를 전가하고 있다며 과세 불공정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되레 상승하고 있는 점도 이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반면 이번 보유세 인상안이 여전히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고가주택을 여러 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겐 분명 세 부담이 커지지만 각종 공제, 감면이 들어가면 ‘폭탄’ 수준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이정도 수준으로) 매도압력이 실제로 작용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자산가는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얼마나 ‘세금폭탄’을 맞게 될까. 국민일보는 자신이나 배우자 명의로 강남 3구에 집을 가진 21대 국회의원들의 내년 보유세를 추정해봤다. 기본적 인적 사항과 기존 납부 내역 등이 공개돼 있어 비슷한 수준의 자산가들 세금 증가분에 대한 실증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49명은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강남·서초·송파에 54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국회의원 부부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아파트 257채 가운데 21% 수준이다.

부동산 세무전문 스타트업 ‘셀리몬’에 의뢰해 이들의 내년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강남의 고가 주택을 여러 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겐 분명 세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공제, 감면은 세액을 대폭 덜어줬다. 만 60세 이상인 고령자는 단독 명의로 아파트를 보유했을 때 고령자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파트를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에도 종부세를 최대 70%까지 공제해준다. 내년 고령자와 장기보유 합산 공제 한도는 80%까지 늘어난다.

강남 3구의 경우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공시지가 때문에 시세에 비해 세금이 여전히 낮은 경우가 많았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 때문에 일단 (세금이) 팍 줄어들고, 각종 공제가 많기 때문에 실효세율은 낮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왼),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원님들의 세금, 많이 오를까
박병석 국회의장은 21대 총선 당시 본인 명의 대전 서구의 아파트 1채(전용 84.93㎡)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1채(196.8㎡)를 부동산 자산으로 신고했다. 1억9557만원 상당의 땅도 가지고 있다. 이를 반영한 지난해 박 의장의 보유세는 3975만원이었다. 최근 아들에게 대전의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그는 반포 아파트 1채만 보유중인 1주택자가 됐다.

증여의 힘은 컸다. 셀리몬에 의뢰해 올해 세법개정안을 적용한 박 의장 내년 보유세를 계산해본 결과 재산세와 종부세는 각각 1728만7000원, 1037만7000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다. 보유세 총합이 2766만4000원이다.

이는 내년 반포 아파트 공시지가를 48억500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금액이다. 올해(40억4200만원) 상승분 20%가 내년에도 반영된다고 본 경우로, 공시지가가 덜 오르면 당연히 보유세는 이보다 줄어든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10%일 경우 보유세 총액은 2490만원이다. 소유 토지에 대한 재산세가 빠지긴 했지만, 아들에게 대전 아파트를 넘기고 다주택자 중과조치에서 빠져나오면서 보유세가 되레 줄어든 것이다. 박 의장 아파트 시세는 61억원(부동산뱅크 기준), 호가는 65억~75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세금이 적게 나온 건 각종 공제 덕도 크다. 1952년생인 박 의장은 고령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장기보유 공제를 최대까지 받을 수 있는 한도 15년도 채웠다.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의 보유세 상승률도 크지 않았다. 정 의원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엘지개포자이아파트(전용 134.3㎡)를 아내와 공동 명의로 갖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 의원은 2009년 5월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직후다. 같은 해 7월 입주한 뒤 줄곧 실거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본 상 거래가액은 13억원이었다.

하지만 정 의원 부부는 최근 5년 동안 한 번도 종부세를 낸 적이 없다. 11년 전 실거래가가 13억원인 아파트지만 공시지가는 2019년에도 11억6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아내와 아파트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아파트 공시지가가 12억원이 넘기 전까지는 종부세가 나오지 않는다.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올해 20억원을 넘어섰고, 공시지가도 14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만약 내년에 해당아파트 공시지가가 10%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1인당 재산세와 종부세는 각각 253만원, 62만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부부 합산 보유세로 계산해도 633만원 수준에 그친다. 정 의원 부부는 지난해 보유세로 222만원을 냈다.


권성동 무소속 의원(왼), 박덕흠 미래통합당 의원. 뉴시스

강남과 지방에 한 채씩 보유한 다주택자라면 사정이 다를까. 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개포동 현대2차 아파트(전용 131.83㎡)와 강릉교동롯데캐슬1단지(전용 135.17㎡)를 보유하고 있다. 권 의원이 갖고 있는 개포동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2019년 12억8800만원에서 2020년 16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강릉 아파트 공시지가는 같은 기간 2억5500만원에서 2억4800만원으로 다소 하락했다.

두 아파트의 내년 공시지가가 각 10% 상승한다고 가정했을 때 1인당 545만원(재산세 329만원+종부세 216만원)의 보유세가 과세될 것으로 추정된다. 부부 합산 보유세는 1090만원 정도다. 이는 ‘공동명의 절세법’이 반영된 액수다. 만약 권 의원이 아파트 두 채를 모두 단독 보유했을 경우 내년 재산세는 658만원, 종부세는 1421만원으로 대폭 오른다.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 의원들 중에는 이같은 세액공제와 세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강남 소재 아파트 54채 중 22채(40.7%)는 부부끼리 혹은 자녀와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었다. 종부세는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명의를 나눠서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든다. 또 본인 단독 명의인 아파트 23채 중 11채(47.8%)는 고령자 세액공제 대상이었다. 보유기간이 5년 이상인 아파트도 최소 11채로 집계됐다.


시세 못 따라가는 공시지가
국회의원들이 들고 있는 강남의 아파트 공시지가는 대부분 시세에 비해 낮았다. 54채 아파트와 같은 평형 매물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 합계는 1317억500만원에 달했다. 2년 내 실거래가 없었던 아파트는 매매시세 하한을 적용해 계산했다. 이들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는 24억3800만원이었다. 반면 올해 기준 공시지가 합계는 967억4600만원, 평균 17억9100만원 수준이었다. 공시지가가 시세의 73% 수준인데 호가는 계속 뛰고 있어서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각 아파트의 한국감정원 매매시세 상한 대비 공시지가는 평균 68.9%에 그쳤다. 올해 집값이 오른 지역 위주로 공시지가가 대폭 오르며 징벌수준의 과세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지만, 여전히 집값에 비해 실효세율이 낮다는 의미이다.

매매시세 상 가장 고가의 아파트는 박덕흠 통합당 의원의 아이파크 삼성동 웨스트윙(전용 203.12㎡)이었다. 박 의원은 총선 당시 재산내역에 해당 아파트의 가액을 40억16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 기준 매매시세는 83억~99억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지가는 52억원으로 매매시세 상한 대비 52%, 하한 대비 62% 수준에 그쳤다.

강남 대치동과 경기 과천시에 집을 두 채 가진 송언석 통합당 의원의 내년 보유세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봤다. 송 의원은 대치동 미도아파트(전용 128㎡)를 아내와 나눠서 보유 중이고, 경기 과천시 부림동 주공아파트(전용 73.02㎡)는 단독 보유 중이다.

미도아파트 공시가격은 2019년 15억4400만원에서 2020년 20억5100만원으로 32% 올랐다. 부림동 주공아파트 공시가격도 2020년 8억43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4% 상승했다. 셀리몬에 따르면 두 아파트 공시지가가 내년에 10%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송 의원에 대한 보유세는 3662만9000원으로 계산된다. 재산세가 651만원, 종부세가 3011만원 수준이다. 미도아파트 지분 절반을 보유한 송 의원 아내에 대한 보유세는 625만원이어서 부부 합산 총 보유세는 4288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9년 부부의 보유세는 938만원(토지 1억8729만원에 대한 세금 포함) 수준이었다. 세금 증가분이 3350만원이다. 1주택자에 비해 상승폭은 분명 크다.

그러나 송 의원이 소유한 미도아파트와 같은 면적 매물은 3년 전인 2017년 7월 19억~21억원대에 거래됐다. 지난달 실거래가는 29억8000만원에 형성됐다. 부림동 주공아파트도 3년 전 7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2억8500만원에 팔렸다. 세금 증가 속도가 시세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남은경 경실련 정책국장은 “이런저런 세액공제, 감면 등이 적용되면 실제로는 세금폭탄이 적용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세금이 부담 되면 매물을 내놓을텐데 그런 상황이 만들어 지지 않는 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의원님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세금은 얼마나 내셨나요]
▶①의원님들의 ‘기막힌 세테크’… 103억 자산, 종부세 252만원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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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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