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상반신 노출’ 미러링영화 튼 교사, 불기소 처분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의 한 장면. 영화 캡처

수업 도중 여성의 상반신이 노출된 장면이 포함된 프랑스 단편영화를 틀어 논란이 된 중학교 교사가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불쾌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준 과실보다 성 차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교육적 목적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11일 검찰과 교육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유상민 부장검사)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도덕 교사인 배이씨는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교실에서 성 윤리 수업의 하나로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상영해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준 혐의를 받았다.

이 영화는 11분짜리 프랑스 단편작으로 남성 중심적인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은 미러링 기법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풍자했다. 윗옷을 벗은 채 거리를 다니는 남성에 빗대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등장하고, 여성들이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등이 나와 청소년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9월 3일 광주 남구 광주남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성 교육 수업 중 단편영화를 상영한 배이상헌 교사 지지모임이 현수막을 펼쳐들고 광주시교육청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애초 광주시교육청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로 관련 민원이 제기되자 학교 측은 자체 성고충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성 비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시교육청의 판단은 달랐다. 학생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껴 배이 교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시교육청의 의뢰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남녀 혼합반에서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상영한 것이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며 지난해 9월 배이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 가까이 수사를 벌이다 결국 지난 6일 열린 검찰시민위원회의 ‘불기소 의견’ 등을 참고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배이씨가 도덕 교사로서 성교육 목적으로 영화를 사용했고, 사회 현실과 성별을 바꿔 생각해 봄으로써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목적이라는 점 등에 비춰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라는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학생들에게 단편영화를 상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모자이크 처리 등을 하지 않고 성교육 자료로 영화를 상영해 일부 학생들에게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준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다.

한편 수사와 함께 직위 해제된 배이 교사는 이와는 별도로 “교육권을 침해당했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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