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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을 생각 말고 집값 오른 만큼 세금 차근차근 걷는 게 최선"

[인터뷰 사이-김진유 경기대 교수] “임대차 3법 모델인 독일, 임대료 치솟아 메르켈 ‘정책 실패’ 인정”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선의의 피해자를 상당수 낳을 수 있는 정책이라 걱정스럽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걸 일리 있는 걱정이라 생각하지 않고 임대인들을 대변하는, 말하자면 서민을 위하지 않는 전문가들, 혹은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언론의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으니 굉장히 위험하다는 거죠.”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정치로 변질됐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부동산 정책이 정치 화두가 된 것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일”이라며 “최근 주택정책의 우선순위가 굉장히 높아지면서 주택정책에 손을 대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며 ‘걱정’ ‘위험’이라는 말을 여러 번 썼다. 한국주택학회 부회장인 김 교수는 주택임대차시장 안정화방안, 공공주택과 주거복지 등에 관한 논문과 ‘전세’라는 책을 쓴 도시계획 및 주택정책 전문가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선의를 가졌지만 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서민을 위해서 하는데 ‘왜 전세가 오르지?’ ‘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지?’ ‘왜 재산세가 높아지지?’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시장은 혼란스럽고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집니다. 지금처럼 시위가 됐든 편법이 등장하든, 어떤 형태로든 저항을 하게 돼죠. 정책이 더 섬세하게 설계됐어야 합니다.”

-‘전세 종말 월세 지옥’이라는 구호가 부동산 대책 반대 시위에 등장했다. 국민일보 설문에서는 집주인 10명 중 9명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는 정말 없어지게 될까.
“전세는 100년 넘게 유지된 제도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보다 주거비가 훨씬 낮아 유리하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전세를 활용해 자가주택을 빨리 마련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선호된다. 대도시일수록 전세 비중이 높고 소도시일수록 월세 비중이 높은데, 대도시의 전세가가 워낙 높게 형성되어 있어 월세로 전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월세 사는 세상이 나쁜 게 아니다.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여당의 월세옹호론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월세 사는 세상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세입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전세는 주거비가 낮은 것 외에도 주거 안정성이 높은 이점이 있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서양에서는 실직자가 늘어나자 정부가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월세를 3~6개월 동안 못 내도 퇴거시킬 수 없다’고 퇴거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실직하더라도 전세로 보장된 2년은 살 수 있고, 월세라도 보증금에서 뺄 수 있기 때문에 큰 혼란은 겪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나라 세입자들이 자연스럽게 보호를 받은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글세에서 시작해서 월세, 보증부월세, 전세, 그다음에 자가로 가는 ‘주거 사다리’도 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다. 전세는 그만큼 장점이 많은 제도이고, 그래서 월세로 가야 된다는 지금의 주장은 위험하다.”

-전세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교수님이 쓴 책을 보니 아니었다.
“볼리비아, 인도, 콜롬비아, 모로코 이렇게 몇 개 나라에 남아 있다. 인도에서는 ‘거비’나 ‘보기’라고 하고, 볼리비아에서는 ‘안티크레티코’라고 부른다. 유엔 해비타트에서 나온 보고서에 ‘한국의 전세, 인도의 보기, 볼리비아의 안티크레티코는 거의 같은 제도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 중 우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금융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한 나라들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발달했는데도 전세가 남아 있다는 것은 전세의 메리트가 금융적인 요인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임대차 3법의 모델인 독일의 상황은 어떤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임대차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는 곳이 독일이다. 독일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3%밖에 안 되는 대신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임대기간 무제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같은 강력한 정책을 썼다. 그런데 얼마 전 메르켈 총리가 ‘우리의 임대료 통제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할 정도로 임대료가 치솟았다.”

-원인이 무엇이었나.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니까 일단 임대용 소형 주택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대신 분양용 주택, 그러니까 자기가 직접 사서 들어갈 사람들을 위한 큰 주택이 많이 늘었다. 두 번째로는 임대기간이 무제한이지만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임차인이 주택에 많은 손괴를 한 경우에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 새 임차인을 받을 때는 시세에 맞춰 임대료가 한 번에 확 뛴다. 임차인이 7년 살다가 나가면 다음 임차인 때는 7년치가 한꺼번에 뛰는 거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에서 부작용이 있었는데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건가.
“그런 상황에 대해 학자들이 세미나도 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관계기관에도 자문을 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우리나라는 독일과 경우가 다르다고 보는 것 같다.”

-독일과 어떤 점이 다르다는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버블일 가능성이 있고, 버블이 빠졌을 때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지금의 방향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임대차 시장도 버블에 따라서 과하게 올라있다고 생각해서 지금의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정부 들어서 가장 큰 공급대책인 8·4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지금 13만2000호를 공급한다고 해서 장기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수요가 공급을 훨씬 넘기 때문이다. 서울의 수요를 추정해보면 가구분화와 소득증가로 인해 1년에 4만~5만호 이상의 수요가 발생한다. 13만호라고 해도 2년치가 조금 넘을 뿐이다. 수도권 전체 수요를 따지면 15만~17만이다. 수도권 1년짜리 수요라는 거다. 또 아쉬운 점은 장기적인 도시 계획으로 봤을 때 용산과 태릉처럼 아파트로 쓰지 말아야 될 땅까지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용산의 경우 저렴하게 아파트를 공급해도 입주 1년만 지나면 주변 시세를 따라가 굉장히 비싼 아파트가 될 거다. 10억이 넘는 세곡동 보금자리 주택의 전철을 밟을 게 뻔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서민이 들어갈 수가 없으며, 공급 효과는 당첨된 몇 명에게만 국한된 것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니까 공공임대를 많이 하겠다는 것일 텐데.
“강남에도 공공임대가 많지만 거기 사는 분들 중 상당수는 실질소득이 기준을 넘을 것이다. 자기가 실거주하는 것처럼 하고 불법으로 전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용산에 만약 월세 30만원에 보증금 5000만원, 59㎡짜리 공공임대가 있다면 거기 살겠다는 수요가 얼마나 많겠나. 용산의 공공임대에는 블랙마켓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해결방법이 있나.
“김진애 의원이 ‘집값 올라도 상관없다, 세금만 열심히 내라’는 얘기를 해서 논란이 됐는데,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게 제대로 된 방법이라고 본다. 집값 올라간 곳에서 세금을 따박따박 걷어 공공임대에 투자하는 거다. 다만 불로소득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소유자들이 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차근차근 올려서 받아야 한다. 지금처럼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면 그건 징벌이 되는 거다.”

-민주당은 8·4대책으로 내년 초 집값이 안정될 거라고 예측하는데.
“지금보다는 내려갈 거다. 지금 가격은 비정상이고, 이렇게 계속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세제나 공급이 정상화되면 분명히 좀 조정을 받을 거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급을 늘리려면 재고주택에서도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세금이라든가 여러 규제정책 때문에 매물이 상당히 줄었다.”

-8·4대책에서 나온 공공재건축이 강북에서는 가능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수님은 강북권 재개발은 풀어주고, 강남 재건축은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강남 재건축을 반대한다기보다,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면 강북 재건축과 재개발부터 푸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게 맞다는 거다. 강남 재건축은 해봐야 고가 아파트일 수밖에 없고, 거기에 공공임대를 넣는다 하더라도 서민 주거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이보다는 강북에 공공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이 LH나 SH와 협업을 하면 법률적으로든 정책적으로든 도움을 받아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윈윈할 수 있다.”

-50층 아파트는 괜찮은가. 애초에 서울시가 반발했던 것처럼 과밀 개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물량을 늘리려면 용적률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정말 성냥갑이 된다. 서울 시내에 50층짜리를 짓는다고 하면 도시 공간 구조상 오피스들이 몰려 있는 몇 곳이 해당지가 된다. 용산에 짓는다면 맞는 말이고, 태릉에 짓는다면 앞뒤가 안 맞는다. 서울로 보면 시청앞·종로와 여의도, 강남 3개의 핵심 권역이 있다. 여기는 주상복합이든 업무용이든 주거용이든 밀도를 높이고, 거기서 멀어질수록 밀도를 낮춰 다양한 주거 형태와 친환경적인 주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데나 50층으로 한다면 도시계획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다주택자 증세는 집값 폭등을 잠재울 수 있을까.
“2주택자 이상은 웬만한 강남아파트를 팔면 양도소득세가 3억~4억 이상 나온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팔고 나갈 것을 기대하지만 팔 때 팔더라도 대선까지는 버텨보자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되면 매물이 싹 사라진다. 퇴로를 열어주는 게 현실적인데, 그럼 이들이 양도소득을 일부 챙겨 나갈 테니까 정부로서는 조금 아플 수도 있다. 그래도 주택학자 대부분의 의견은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로소득 환수, 투기수요 차단, 주택 공급물량 확보, 세입자 보호의 4대 방향의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했다.
“얼마 전에 주택정책을 다루는 분들과 얘기를 하다가 깜짝 놀란 게,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데 일부 잘못된 언론이나 학자들이 정책이 잘못된 것처럼 오도를 한다. 그래서 비판적인 여론이 많지만 투기꾼들을 잡으면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믿고 있는 듯했다. 대화의 벽이 느껴졌다. 다주택자 중에서 투기성이 있는 사람들은 제재해야 되지만 지금 정책은 그렇게 세세하게 설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을 낳고 있다. 학자들이 보기에 8·4대책과 그 앞의 7·10대책은 그런 위험한 요소가 많다.”

-정부 정책은 수요 억제를 통해서 집값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향이 처음부터 좀 잘못됐다. 정부는 계속 서울에 공급은 충분한데 투기 수요가 붙어서 집값이 올랐다고 한다. 서울 사람들 수요만 따지면 공급이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서울의 수요는 전국구다. 수도권 사람에게 너는 외지인이라 서울 수요가 아니다, 라고 하면 너무 가혹하다. 거기에 지방에 있는 분들도 가세했다. 이들이 가세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균형발전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한다고 세종시도 만들고 혁신도시도 만들었다. 공공일자리를 옮기면 여러 민간 일자리도 함께 움직이고, 가족들도 일정 부분 따라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주거 환경이나 교육환경, 문화환경이 서울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비부머가 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 같은 분이 있지 않나.
“어떻게 해야 베이비부머들이 고향으로 내려갈까. 서울과의 생활·문화 격차를 느끼지 않게 해줘야 한다. 강남과 강북의 집값이 다른 이유는 주택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환경의 문제다. 마찬가지로 서울에 대적할 만한 주거환경을 지방에도 만들어줘야 되는데 지역균형 발전이라면서 자꾸 공항 만들고, 도로 뚫고, 철도 놓고…. 그런 거 많아질수록 빨대효과가 촉진된다. 고속도로 생기면 서울 올라가서 즐기고, 공항이 생기면 대구에서 백화점 갈 사람들이 일본 백화점에 간다. 사회기반 인프라는 이미 상당히 구축되어 있다. 생활 인프라가 많이 깔려야 집도 팔리고, 사람도 굳이 서울에 올라오려 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일자리를 내려보내면 공공인프라도 같이 내려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지역 사람들이 매일 이용할 수 있는 서울숲 같은 게 있으면 지방 대도시가 얼마나 살기 좋아지겠나. 국립도서관을 부산에도 만들어주고,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정도 수준의 공연을 대전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외고를 폐지하는 교육정책은 정말 위험하다. 그나마 지방에 외고와 자사고가 있으니 버텨준 거고, 그걸 없애버리면 무조건 서울로 올라오게 돼있다. 대학도 지방국립대를 전폭 지원해주는 거다. 의료인프라도 강원도에 산부인과 하나 내려보낼 게 아니라 종합병원을 세워 공공이 운영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어떤가. 균형발전이나 부동산 시장 안정의 효과가 있을까.
“국회나 청와대가 세종으로 내려가면 서울 집값이 안정될 거라고 보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호주가 수도를 캔버라로 옮겼지만 여전히 시드니 집값이 제일 높다. 지금 세종시 집값만 올려놨다. 일자리가 간다고 사람들이 따라 가는 시대는 지났다. 그건 아주 옛날, 정말 일자리에 목매던 시절,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주거 환경이 안 좋아서 서울이나 지방이나 큰 차이가 없던 시절 얘기다. 서울 집값을 정말 잡고 싶다면 수요가 분산될 수 있게 지역 주거 환경을 높일 수 있는 문화·교육·생활 인프라에 정부가 직접 투자해야 한다.”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살 수 있는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겠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2025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40만호를 확보해 장기적으로 전체 임차 가구의 25%를 수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나.
“그렇게 가겠다는 건 좋은 목표라고 본다. 그런데 실현이 가능할까. 우리가 영구임대주택공급을 처음 시작한 1989년부터 2018년까지 장기공공임대를 140만호 공급했다. 앞으로 1년에 20만호씩 확보해야 하는데, LH가 1년에 공급할 수 있는 모든 물량을 합쳐도 8만호 정도다. 그걸 다 공공임대를 한다 해도 민간에서 12만호를 사야 된다. 지금 공공임대 비율이 8% 정도 되는데, 5년 안에 달성하기에는 비현실적인 목표다.”

-방향은 맞다는 건데, 주거복지를 위한 해법을 제안해본다면.
“북유럽의 보편적 주거복지 모델처럼 공공임대를 많이 늘려서 시세보다 일정 정도 저렴하게 공급하고, 누구든 들어와서 살게 하겠다고 하면 싫어할 사람 없다. 그런데 먼저 그게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공공임대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점차적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로는 강남이나 중산층 이상이 사는 집값이 오르는 것을 문제 삼지 말고 집값이 오르는 대로 차곡차곡 보유세를 걷어서 그걸 공공임대 쪽으로 넘겨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

-교수님의 공동 저서 중에 ‘정직한 내 집 마련’이라는 책이 있다. ‘정직한’이란 표현에 눈길이 갔다.
“주택도시연구원에서 국민들이 정부 정책을 잘 믿고 따라오면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만든 책이었다. 지금도 국민들이 정직한 내 집 마련 방법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가 해줘야 된다.”

-어디까지가 ‘정직한’ 내 집 마련인가.
“싱가포르는 두 번의 불로소득을 통한 내 집 마련을 정직한 것으로 인정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싱가포르에 HDB(Housing Development Board)라는 주택청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자가보유를 지원해주는 곳이다. 여기서 공급하는 주택은 HDB가 토지를 가지고 있는 100% 토지 임대부로, 자격이 되는 국민들한테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을 해준다. 생애 최초로 분양을 받아 5년을 살면 양도세를 안내고 팔 수 있고, 또 한 번 HDB 주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럼 이 사람은 두 번의 공공분양을 받아서 자산을 마련해 일반 주택을 살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그렇게 내 집 마련하는 과정을 정부에서 허락해주고 그걸 정직하다고 인정해준다. 우리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이제는 그게 불로소득이고 정직하지 않다고 한다.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상적인 시장의 힘을 빌려 자가주택을 마련하려는 사람이나 주택을 넓혀 갈아타기를 하려는 사람까지 피해를 보게 해서는 안 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으로 논란이 있었는데, 도시공학적으로 또 도시계획상으로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유럽이나 일본의 도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즉 건축물 도로 기타 문화시설들 간의 조화에 비하면 서울은 스카이라인도 제각각이고, 큰 건물들은 웬만하면 다 상자처럼 생긴 아파트이다. 발코니도 죄다 확장해서 이게 오피스인지 아파트인지 알 수가 없다. 외관상으로는 여러 면에서 세계적인 도시치고는 뒤떨어지는 게 맞다. 그런데 그게 과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 내에서는 최선이지 않았을까 싶다. 도시 계획을 충분히 감안할 여력이 없었고,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하다 보니 외국의 큰 도시에 비해 부족한 도시가 됐다. 그런 점을 지적하려다 그런 표현이 나왔을 텐데, 천박한 게 아니라 부족한 도시라는 게 맞다. 계획과 조화가 부족한 도시. 그런데 이제는 역량이 있는데도 이번 태릉과 용산 계획처럼 그렇게 막 짓겠다면 더 부족한 도시가 되고, 도시 계획적으로 정말 천박하게 될지도 모른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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