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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위원이 상가 4채 주인…임대사업 하는 국회의원 [이슈&탐사]

[의원님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 그래서 얼마나 내셨나요] ③임대사업자 의원님들


국회의원은 직무 외 다른 영리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하나 예외가 있는데 부동산 등 임대업이다. 2013년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의원 특권 내려놓기’ 일환으로 겸직 금지와 영리 활동 제한을 권고했는데, 이 때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넣은 면죄 조항이 ‘본인 소유 토지·건물 등의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영리업무를 하는 경우로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이다.

국민일보 취재결과 21대 국회의원 부부 중 70여명이 이 면죄부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주택이 아닌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한 의원이 51명, 소유 건물만 92채였다. 수익형 부동산 범위를 오피스텔 까지 늘리면 최대 68명, 116채나 된다. 사무실, 빌딩 등 상가용 건물을 임대할 땐 부가가치세법상 반드시 집주인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이런 건물을 보유해 세를 주고 있다면 등록 임대사업자 국회의원이라는 의미다. 이들이 보유한 수익형 건물 가액은 1048억원, 토지를 포함한 이들 총 부동산 자산은 2500억원 수준이었다.


국토위·기재위 의원이 임대사업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상가 4채 11억2269만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남편이 서울 강남구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상가나 오피스텔, 사무실, 빌딩 등을 보유한 국토위 소속 의원은 박상혁, 정정순, 허영, 김윤덕(이상 민주당), 송언석(통합당) 의원 등 7명이다. 기재위에도 우원식, 이광재, 김주영, 정성호(이상 민주당), 류성걸, 박형수, 서병수(이상 통합당) 의원 등 7명이 수익형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지분 일부만 투자한 의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직접 소유하고 있었다. 실제 세를 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의 임대사업은 괜찮은 걸까. 2013년 국회법 개정 때 이미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은 국회운영위 소위회의에서 “(예외조항에) 궁색하게 ‘본인 소유 토지·건물 등 재산을 활용한 임대업 등 영리업무’ 이랬는데 국민들은 전부 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특정업무는 연관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체의 영리행위’로 제한하는 것이 법 개정 취지에 훨씬 더 부합된다”고 주장했다. 진정구 당시 수석전문위원은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이 되기 전 본인이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미 세를 주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런 부분까지 금지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취지에서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임대사업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임대사업자인 의원이 관련 상임위 활동을 할 경우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토 자산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들이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간 건 국민들에게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의원(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2018년 9월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이 그 예다. 당시 국회는 부동산임대업 수입이 연 7500만원 이하인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게 5년 이상 상가건물을 빌려 주고 임대료 인상을 연 3% 이내로 할 때 소득세 및 법인세의 5%를 감면해주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 상공인을 보호하는 대신 임대사업자에게도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찬성표를 던진 의원 127명 중에서 현재 21대 국회의원으로 건물을 들고 있는 이들은 유동수, 박범계, 서영교, 이만희 의원 등 10명이다. 유 의원은 공동명의로 전북에 상가 3건을, 박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대구에 4억원대의 상가주택을, 서 의원은 본인 명의로 서울 중랑구에 2억원대 상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은 2018년 서울 중구에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6억7000만원대 상가를 사들였다. 법의 취지는 임대료 상승폭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임대사업 의원들 스스로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게 됐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자산이 많은 의원들은 관련 상임위에서 이익과 결부된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의원 스스로 배제하는 것도 중요하나 상임위 활동 제한을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제약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보건복지위에 가지 못하듯 임대사업자 의원들 역시 관련 상임위에서 배제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과세 불균형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부부는 21대 총선 당시 상가 10채로만 21억6046만원의 부동산 자산을 신고했고, 지난해 보유세로 482만8000원을 냈다. 서울 아파트 두 채를 23억2490만원에 신고한 이달곤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838만9000원을 보유세로 납부했다. 두 의원의 내년 보유세는 어떻게 달라질까.

국민일보는 21대 총선에서 비슷한 가액으로 다른 종류의 부동산 자산을 신고한 국회의원들의 내년 예상 보유세를 천정 세무회계사무소 김병한 세무사에게 의뢰해 계산해봤다.

올해 세법개정안을 적용해도 권 의원 보유세는 거의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의 경우 토지와 건물분에 대한 재산세를 따로 계산한다. 충북 청주시, 경기 화성시,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상가 10건에 대한 토지분 재산세(올해 공시지가 적용)는 총 96만7000원으로 추정된다. 건물분에 대한 세금도 271만원에 그친다. 토지와 건물분 총 재산세는 368만원으로 지방교육세, 도시지역분 등을 더해도 지난해 세금 수준이다.

반면 이 의원의 세금은 크게 늘어난다. 이 의원이 아내와 공동 명의로 보유중인 서울 중구의 아파트(전용 158.97㎡) 공시지가는 2019년 9억8400만원에서 2020년 10억2200만원으로 올랐다. 아내 단독 명의인 서초구 아파트(전용 130.53㎡)도 2019년 10억원에서 올해 12억3800만원으로 공시지가가 뛰었다. 내년도 공시지가가 올해와 같다는 가정 하에 7·10 대책을 적용한 이 의원 부부의 보유세는 2021년에 2099만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강화되면서 2019년 491만원이었던 종부세가 1682만원으로 3배 넘게 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 의원의 보유세는 5배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이는 수십년 동안 주택만을 겨냥한 세법 개정이 반복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과 과표 금액은 몇 차례 조정됐지만 상가·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세율은 2008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주택 규제로 빌딩이나 상가에 눈을 돌린 투자자가 상당수지만 토지 공시지가가 80억원이 넘어야만 종부세를 부과하는 이명박정부 정책은 13년째 유지되고 있다. 별도합산토지에 대한 세율을 인상할 경우 임대료 전가 등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383억짜리 빌딩을 갖고 있다. 고양시에는 10억8800만원짜리 아파트, 파주시에 3억8700만원짜리 단독주택과 1200만원짜리 토지도 있다. 박 의원이 지난해 낸 종부세는 2351만원, 재산세는 8062만원이다. 빌딩에 대한 종부세 공제금액이 커서 재산에 비해 부과된 보유세가 적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본인 명의로 울산에 각 33억4000만원, 10억7900만원, 9억4800만원짜리 상가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울산에 4억7000만원대 아파트와 토지 1억7700만원도 갖고 있다. 배우자 명의로는 울산에 1억6400만원짜리 상가 한 채가 더 있다. 총 건물 5채로 가액은 60억원 수준이다. 김 의원이 지난해 낸 세금은 재산세 1783만4000원, 종부세는 0원이다. 울산에 들고 있는 아파트가 가액 4억7000만원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니고 상가 역시 토지 공시가액 80억이 넘지 않아 과세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세금을 왜곡시켜 놓으면 돈이 생긴 사람들은 세금부담이 낮은 곳으로 옮겨가고 그럼 또 다시 그걸 규제하는 형태가 반복된다”며 “(세제와 부동산시장) 전체를 생각하고 제도를 정비하지 않아 현재의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님들의 부동산 포트폴리오: 세금은 얼마나 내셨나요]
▶①의원님들의 ‘기막힌 세테크’… 103억 자산, 종부세 252만원 [이슈&탐사]
▶②온갖 공제 챙기고 ‘세금폭탄’ 피한 강남 의원님들 [이슈&탐사]
▶④‘부익부 빈익빈’ 더 키우는 부동산…국회의원도 예외 아니다 [이슈&탐사]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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