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달고 13년 투병…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또 한명 떠났다

2017년 8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구제인정 필요 주요사례발표' 기자회견장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박영숙 씨가 침대에 누운 채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가 13년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일 “이마트 PB상품 ‘E-PLUS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 1통을 사용하고 중증 폐 질환으로 13년을 투병해온 박영숙씨가 10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원료를 넣어 SK가 만들고 애경이 이마트에 공급한 제품이다.

박씨는 2007년 이마트에서 해당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해 사용한 뒤부터 호흡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그는 2008년 3월 쓰러졌고, 이후 자력으로 호흡하지 못해 집에서도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박씨는 2014년 정부의 1차 피해조사 당시 호흡능력이 정상인의 15%까지 낮아진 상태였지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하는 폐 손상 3단계 판정을 받았다.

2016년 8월에는 추미애 당시 열린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의원이 박씨의 자택으로 찾아와 사태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며 그를 위로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추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며 “국회 차원의 대책을 세우는 데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씨는 투병 중에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증언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2017년과 지난해에는 들것에 실린 채 기자회견과 청문회에 출석해 피해사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박씨는 2017년이 되어서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끝내 제대로 된 피해대책이 마련되고 진상규명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가습기살균제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과 '독성가습기피해자모임' 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시행령에 피해자 의견 반영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8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8일 약속한 가습기 특별법 시행령에 피해자 의견을 반영한다는 말을 실천해야 한다”며 “환경부의 가습기특별법 시행령은 가해기업 대변과 정부의 구제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이달 7일 기준 6833명이며, 이 중 1558명은 사망했다.

이화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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