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억울한 죽음…” 고유민 엄마의 외로운 1인 시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고유민 배구선수의 어머니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며 거리에 나섰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대건설 프로배구선수 고유민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청원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고 선수의 친동생이 쓴 글이었다. 그는 “제 언니 고유민 선수가 너무 억울하게 꽃다운 나이 26살에 생을 마감했다”며 “마지막까지 한이 되고 너무 억울한 나머지 눈도 못감고 죽었다. 제발 언니가 한을 푸는데 도와달라”고 글을 남겼다.

사진 속에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선 고 선수의 어머니 권모씨의 모습도 있었다. 당초 고유민이 네티즌의 악성 댓글에 힘들어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구단의 부당한 처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권씨가 든 팻말에는 “국민청원 부탁드려요. 청원게시판에 ‘여자배구’. 제 딸 고유민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세요. ○○○ 감독 및 ○○○ 코치의 갑질과 횡포, 연습제외, 치료불응, 구단내 왕따 등으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등이 적혀있었다.

고유민 인스타그램, MBC뉴스 캡처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배구 *** 선수의 자살 사건 구단의 횡포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14일 현재 기준 1만3000여명 이상이 청원 동의를 했다.

유가족 측은 소속팀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냉대와 이후 임의탈퇴 처분 등이 고유민에게 큰 상처가 됐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정확한 조사를 위해 고유민이 그동안 써온 일기장을 경찰에 넘겼다.

MBC가 지난 1일 공개한 일기장에 따르면 고 선수는 “우선 저를 많이 응원해주고 제 선수 생활 처음부터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며 “제가 이 팀에서 열심히 버텨보았지만 있으면 있을수록 자꾸 제가 한심한 선수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 제 몫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연습도 제대로 안 해본 자리에서…”라며 “주전 연습할 때도 코칭 스태프들이 거의 다했지, 전 거의 밖에 서 있을 때마다 제가 너무 한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고 선수는 “갑자기 들어가야 할 땐 너무 불안하고 자신도 없었다. 같이 (연습을) 해야 서로 상황도 맞고 불안하지 않을 텐데… 저도 불안한데 같이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불안했을까 싶다.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태프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다 보니 수면제 없인 잠도 못 잘 상황까지 됐고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며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쓰기도 했다.

고 선수의 지인들 증언도 이어졌다. 고 선수의 선배는 “팀에서 무시당하고 자기 시합 못 하고 오면 대놓고 숙소에서나 연습실에서나 그런 거 당한 게 너무 창피하고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 선수의 어머니 역시 “사람을 완전 투명인간 취급한다더라”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현대건설 구단은 “유가족의 비통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구단에서 파악한 것과는 다른 부분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에 협조하며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 선수는 현대건설에서 2019-2020시즌 백업 레프트로 활약했지만 발목 부상으로 잠시 리베로 역할을 해야 했다. 올해 3월 초 돌연 팀을 떠났고, 두 달 뒤인 지난 5월 한국배구연맹(KOVO)는 임의탈퇴를 공식화했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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