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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누가 줬는지 모르게” 대북 ‘깜깜이’ 지원 제안

자력갱생 천명한 북한 스스로 외부 지원 요청은 난감
“北, 한·미 워킹그룹에 발묶인 남측에 배신감”
당분간 ‘깜깜이’ 지원 필요성 제기

이인영 통일부 장관(왼쪽)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부 수해지원 거절 의사를 밝히는 등 북한이 남북 협력 사업에 반감을 보이는 상황에 대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북한은 (지원품을) 누가 갖다줬는지 모르게 하면 쓰긴 쓰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최근 통일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물품 대북 반출 승인 건을 거론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천명하면서 외부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 없으니 이번 건처럼 ‘누가 줬는지 모르게’ 지원해야한다는 취지다.

정 부의장은 강병원·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시, 평화의 길 번영의 문으로’ 토론회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발목 잡혀 남한이 아무 일도 하지 못해 북한은 극도의 배신감을 느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충격적인 행위로 이어졌다”며 “지금도 풀리지 않았기에 지원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워킹그룹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겠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이미 한 건 했다”며 방역 물자 반출건을 언급했다. 통일부는 최근 대북 마스크, 열화상 카메라 등 민간단체의 방역 물품 대북 반출을 세 차례 승인했다. 정 부의장은 “누가 그 물건을 받는지 공개하지 않고 코로나19 관련 방역물자를 보냈다”며 “투명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밝히지 않고 승인하는 것이 어렵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도 한국 정부를 통하지 말고 (지원 물자를) 조용히 가져다 놓으라는 것”이라며 “누가 줬는지 모르게 가져다 놓으면 2019년 한해 동안 쌓인 우리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과 배신감을 풀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민간단체의 ‘깜깜이’ 지원을 통해 북한과 신뢰를 쌓아 남북 협력의 문을 다시 열어야한다는 취지다. 실제 통일부는 대북 반출 승인 신청·승인 건에 대해 민간단체 의사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장관도 이날 축사에서 “남북 간에 여전히 침묵과 냉담 흐르고 여러가지 제약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싶은 것 이것만큼은 남북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헌신을 다해 돌파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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