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통장 털어 첫 창업, 매장 손볼 때 코로나 터졌죠”

2화-‘청년 사장’ 박원서씨의 코로나 창업기


“제가 ‘요리왕 비룡’을 좋아해서…”

이렇게 말하는 박원서(28·사진)씨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박씨는 “좀 유치하죠?”라고 묻더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부엌을 자주 들락거렸다고 했다. 어린 시절 요리사가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대학에서도 관련 학과를 전공한 뒤 어느덧 창업 6개월 차 초보 사장님이 됐다는 이야기였다. 목표를 이룬 그의 사연에서 옥에 티라면 창업 직전 급속도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씨는 24일 국민일보와 만나 코로나19 시기에 창업을 강행한 까닭과 그 과정에서 겪은 여러 위기를 털어놨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직접 가게 내부를 손보며 개업을 준비했다”며 “다 끝냈을 때는 코로나19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준비 기간 두 달, 극한 창업기

박씨는 지난해 10월쯤 십년지기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았다. 각자 저축한 돈을 합쳐 소자본에 셀프 인테리어로 작은 음식점을 함께 열자는 거였다. 박씨는 “창업을 꿈꿨던 것은 맞지만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요리 경력도 일본에서 처음 시작한 뒤 국내로 돌아와 두어 곳 정도 경험한 게 전부였다. 그런 박씨의 마음을 돌린 것은 직장을 그만뒀다는 친구의 한마디였다. 박씨는 “친구의 표정에서 진심을 봤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가능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빈 상가를 계약했다. 박씨는 “당시 가진 돈으로 계약할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었다”고 했다. 개업일은 3월 초. 두 달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직접 가게 내부를 수리했다.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달고, 중고물품으로 그럴듯하게 꾸몄다. 박씨는 “공사에 집중하느라 코로나19 영향을 체감하지 못했다. 이렇게 심해질 줄도 몰랐다”며 “외진 동네라서 피해가 덜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업자와 셀프 인테리어 중이던 가게 외부 모습.

공사 중인 가게 내부 모습.

또 “다른 가게는 매출표 등 객관적 데이터가 있었겠지만 저희는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서 코로나19가 장사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판단할 기준이 없었다”며 “피할 수 없으면 일단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과 서비스에 대한 자신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다섯 테이블 남짓한 초밥전문점을 시작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퍼지고 있을 때였다.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소비가 위축됐고, 초밥집 매출도 들쑥날쑥했다. 여러 사정이 겹치고 동업마저 힘들어지면서 가게 운영이 어려워졌다. 박씨는 “개업한 지 한 달 차였지만 폐업이 그려졌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며 “고민 끝에 동업을 정리하고 가게 내부를 다시 수리해 4월 중순쯤 지금의 닭요리 전문점으로 재개업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출’ 못 받아…아슬아슬 외줄타기”

다시 문을 연 후에는 사정이 나아지는 듯했다. 박씨는 “조금씩 찾아주는 손님들이 생겼고, 5월쯤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지역화폐 등이 지급되면서 매출이 괜찮게 나왔다”고 했다. 그는 “그러다 6월 말쯤 재난지원금이 85% 정도 소진됐다는 기사를 봤다. 그때부터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더라”며 “지난달은 거의 마이너스 직전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냐고 묻자 박씨는 “제 인건비를 없다고 생각해도 임대료, 공과금, 대출금 등 고정적인 지출이 있는데 지난달은 매출로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말일쯤에 현금 매출이 조금 들어와서 겨우 적자를 면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특별대출도 박씨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매출 실적이 없는 신규 사업자인 터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씨는 “가게를 운영한 지 최소 6개월 이상이라는 기준에 저는 해당이 안 됐고, 그 이후에 나온 것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면서 “처음에 시작한 돈으로 그달 벌어서 그달 해결하는 상황이라 외줄타기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재개업한 닭요리 전문점 안내판.

어려움을 토로하던 박씨는 4월 중순 재개업 당시 왔던 한 손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이 2명을 안고 온 부부가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시작된 뒤 첫 외출이라고 하더라. 심지어 집이 인근인데 그나마 제 가게에 온 거라고 했다”며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요인으로서 코로나19는 그 정도를 100으로 봤을 때 거의 100인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장사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박씨는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장사를 하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천재지변이든, 개인적 사정이든 외부적 위험은 언제든 발생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계속 변화를 주려고 시도하면 폐업까지는 안 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님이 뜸할 때는 매장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며 위생에 신경 쓰고, 신메뉴를 개발하고, SNS나 블로그 홍보에 집중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다고 한다. 박씨는 “결국 중요한 것은 대처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최근 2차 대유행을 겪으며 예상치 못했던 희망을 보기도 했다. 배달 주문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감염 위험 때문에 타 지역 방문을 꺼려서인지 매장을 찾는 동네 주민도 늘었다. ‘위기만 오는 건 아니구나’ ‘언제나 기회는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씨는 “자영업하는 사람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며 “정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을 때 그래도 안 되면 차라리 미련 없이 접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매출이 떨어지면 마음이 안 좋지만 거기에만 신경 쓰고 있을 시간은 없거든요. 외부적 요인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계속 견딜 수 있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하던 박씨의 표정은 인터뷰 내내 그랬듯 평온했다. 그는 “다른 사장님들이 보면 폐업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출금이나 공과금 등을 다 제가 벌어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어쨌든 노력해야 하는 게 장사라면 조금 더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 힘을 내시되 변화에 발맞춰 나아간다면
분명 새로운 길을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고 지금은 진짜 힘을 내 볼 때다,
열정을 불태울 시기다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소나기] 소한, 와 당신의 이야. 거센 비바람에 지쳤을 때, 잠시 쉴 곳이 필요할 때 들러주세요. 당신과 꼭 닮은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다독여 줄 거예요.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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