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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한 고언”…‘시무7조’ 반박, 림태주 ‘하교’ 화제

시인 림태주 페이스북, 상소에 내리는 답 ‘하교’ 글
“더가지려는 탐욕을 백성의 이름으로 퉁쳐”
“나의 백성은 집없고 전전긍긍하는 세입자들”

림태주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하교' 글. 페이스북 캡쳐

'진인 조은산'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시무7조 상소문'.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문재인정부를 상소문 형태로 비판해 주목받은 청와대 국민청원 ‘시무7조상소’가 국민청원 20만명을 훌쩍 넘긴 가운데, 이에 답을 내리는 형태로 반박한 ‘하교’ 글이 화제다.

‘어머니의 편지’라는 글로 유명한 시인 림태주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는 글을 올렸다. 필명 ‘진인 조은산’이 상소문의 형식을 빌려 쓴 글에 신하가 올린 상소문에 임금이 답을 내리는 가르침이나 명령인 ‘하교’의 형식으로 반박한 것이다.

림씨는 “내 너의 상소문을 읽었다. 충정이 엿보이더구나”며 “국사가 다망해 상소에 일일이 답하지 않는다만, 너의 ‘시무 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다. 한 사람이 만백성이고 온 우주라 내 너의 가상한 고언에 답하여 짧은 글을 내린다”며 글을 시작했다.

림씨는 일단 “나는 바로 말하겠다”며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보기에 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쁘다)”고 상소문의 문체를 비판했다.

이어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 그것들을 논함에 내세운 너의 전거(말이나 문장의 근거)는 백성의 욕망이었고, 명분보다 실리였고, 감성보다 이성이었고, 4대강 치수의 가시성에 빗댄 재난지원금의 실효성이었다”면서 “언뜻 그럴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고, 작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그렇게 보이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하는 행위)와 당위(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하는 것)를 구분하지 못했고,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고 썼다.

실리나 이성, 실효성 등을 내세워 논리적인 것처럼 정부 정책을 비판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억지로 만들어 낸 논리라는 것이다.

그는 또 “너는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선왕들의 시대에 문벌귀족과 권문세가들이 왕권을 쥐락펴락 위세를 떨칠 때에는 일치된 하나의 의견이 있었을 뿐”이라면서 “아직도 흑과 백만 있는 세상을 원하느냐”며 현 정부가 지난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은산의 상소글이 외교를 비판한 것과 관련, “너는 명분에 치우쳐 실리를 얻지 못하는 외교를 무능하다고 비판하였다. 너는 이 나라가 지금도 사대의 예를 바치고 그들이 던져주는 떡과 고기를 취하는 게 실리라고 믿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또 “명분이란 백성에 대한 의리를 말하는 것이고, 이 나라의 자잔과 주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더냐. 나의 명분은 의의가 살아있음”이라면서 “고깃덩이가 아니라 치욕에 분노하고 맞서는 게 나의 실질이고, 백성에게 위임받은 통치의 근간이다. 너희의 평상어를 빌리면, 무릇 백성의 실리는 돈이 아니라 가오에 있지 않더냐. 나도 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으니 너도 심지를 꿋꿋하게 가다듬어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에 대해서 강하게 반박했다. 림씨는 “너는 백성의 욕망을 인정하라고 하였다.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을 말하는 것이더냐”며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땅값이 풍선처럼 부풀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십 채씩 집을 사들여 장사를 해대는 투기꾼들 때문에 제 자식들이 출가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위화감에 분노하고 상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의 정치는 핍박받고 절망하고 노여워하는 그들을 향해 있고, 나는 밤마다 그들의 한숨 소리를 듣는다”고 강조했다.

“이 정부가 감성에 치우쳐 나랏일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에는 “네가 말하는 이성과 감성의 의미를 나는 알지 못하겠다. 열 마리의 양을 모는 목동이 한 마리의 양을 잃었다. 아홉 마리의 양을 돌보지 않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헤매는 목동을 두고 너는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반박했다.

림씨는 “가여워하는 그 긍휼한 상심이 너에겐 감성이고 감상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그것이 지극한 이성이고 마땅한 도리라 여겨지는구나. 그 한 마리를 찾지 않는다면 아홉 마리가 곧 여덟이 될 것이고, 머지않아 남은 양이 없게 될 것이다. 그 한 마리가 너일 수도 있고, 너의 가족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이것이 나의 대의이고, 나의 실리이고, 나의 이성”이라고 강조했다.

림씨는 마지막으로 “세상에는 온갖 조작된 풍문이 떠돈다. 나의 자리는 매일 욕을 먹는 자리다.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정작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학문을 깨우치고 식견을 가진 너희 같은 지식인들이 그 가짜에 너무 쉽게 휩쓸리고 놀아나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림씨는 “무지는 스스로를 망치는 데 쓰이지만,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 내가 나를 경계하듯이 너도 너를 삼가고 경계하며 살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백성의 한숨을 천명으로 받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림씨의 ‘하교’ 글은 현재 1000회 이상 공유되며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앞서 진인 조은산 필명의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시무7조 상소문’은 이날 11시 현재 37만6858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명을 넘었다.


다음은 림태주 시인이 페이스북에 쓴 ‘하교’ 글 전문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

내 너의 상소문을 읽었다. 충정이 엿보이더구나. 네가 생업에 일념하도록 평안한 정사를 펼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슬펐다. 국사가 다망해 상소에 일일이 답하지 않는다만, 너의 ‘시무 7조’가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일신이 편치 않았다. 한 사람이 만백성이고 온 우주라 내 너의 가상한 고언에 답하여 짧은 글을 내린다.

나는 바로 말하겠다.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 너는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하였다. 그것들을 논함에 내세운 너의 전거는 백성의 욕망이었고, 명분보다 실리였고, 감성보다 이성이었고, 4대강 치수의 가시성에 빗댄 재난지원금의 실효성이었다. 언뜻 그럴 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고, 작위와 당위를 구분하지 못했고,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고, 가닿을 수 없이 처연해서 아렸다.

너는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선왕들의 어전을 기억한다. 선왕의 출신이 거칠고 칼을 내세워 말하는 시기에는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려 따르고 아첨하기 일쑤였다. 의견이 있을 리 없었다. 문벌귀족과 권문세가들이 왕권을 쥐락펴락 위세를 떨칠 때에는 일치된 하나의 의견이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어떠하냐? 아직도 흑과 백만 있는 세상을 원하느냐? 일사불란하지 않고 편전에서 분분하고, 국회에서 분분하고, 저잣거리에서 분분한, 그 활짝 핀 의견들이 지금의 헌법이 원하는 것 아니겠느냐?

너는 명분에 치우쳐 실리를 얻지 못하는 외교를 무능하다고 비난하였다. 너는 이 나라가 지금도 사대의 예를 바치고 그들이 던져주는 떡과 고기를 취하는 게 실리라고 믿는 것이냐? 대저 명분이란 게 무엇이냐? 그것은 백성에 대한 의리를 말하는 것이고, 이 나라의 자존과 주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더냐. 가령, 너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힌 친구가 있다고 하자. 반성할 줄도 용서를 구할 줄도 모르는 그 친구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바라는 일이 화해를 해치는 일이더냐. 돈 몇 푼 받고 합의하고 아무 일 없던 듯이 친하게 지내는 것이 네가 생각하는 정의이고 실리더냐. 나에게 명분은 의의 살아있음이다. 고깃덩이가 아니라 치욕에 분노하고 맞서는 게 나의 실질이고, 백성에게 위임받은 통치의 근간이다. 너희의 평상어를 빌리면, 무릇 백성의 실리는 돈이 아니라 가오에 있지 않더냐. 나도 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으니 너도 심지를 꿋꿋하게 가다듬어라.

너는 백성의 욕망을 인정하라고 하였다. 너의 그 백성은 어느 백성을 말하는 것이더냐. 가지고도 더 가지려고 탐욕에 눈 먼 자들을 백성이라는 이름으로 퉁 치는 것이냐. 나에게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고,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세입자들이고, 집이 투기 물건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땅값이 풍선처럼 부풀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십 채씩 집을 사들여 장사를 해대는 투기꾼들 때문에 제 자식들이 출가해도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위화감에 분노하고 상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나의 정치는 핍박받고 절망하고 노여워하는 그들을 향해 있고, 나는 밤마다 그들의 한숨소리를 듣는다.

너는 지금 이 정부가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에 치우쳐 나랏일을 망치고 있다고 힐난하였다. 네가 말하는 이성과 감성의 의미를 나는 알지 못하겠다. 열 마리의 양을 모는 목동이 한 마리의 양을 잃었다. 아홉 마리의 양을 돌보지 않고 한 마리의 양을 찾아 헤매는 목동을 두고 너는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가여워하는 그 긍휼한 상심이 너에겐 감성이고 감상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겐 그것이 지극한 이성이고 마땅한 도리라 여겨지는구나. 그 한 마리를 찾지 않는다면 아홉 마리가 곧 여덟이 될 것이고, 머지않아 남은 양이 없게 될 것이다. 그 한 마리가 너일 수도 있고, 너의 가족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 너는 나를 내팽겨 칠 것이냐. 나는 너를 끝까지 찾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대의이고, 나의 실리이고, 나의 이성이다.
세상에는 온갖 조작된 풍문이 떠돈다. 그릇된 낱장 광고지가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나의 자리는 매일 욕을 먹는 자리다. 밤낮없이 정사에 여념이 없는 나의 일꾼들도 시시비비를 불문하고 싸잡아 비난받는다. 나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작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학문을 깨우치고 식견을 가진 너희 같은 지식인들이 그 가짜에 너무 쉽게 휩쓸리고 놀아나는 꼴이다. 무지는 자신을 망치는 데 쓰이지만,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 내가 나를 경계하듯이 너도 너를 삼가고 경계하며 살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도 백성의 한숨을 천명으로 받든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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