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정전” 노트북 배터리 바닥나 눈앞이 캄캄...김 기자 자가격리기③



자가격리 1주일째.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밤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덮쳤다. 자가격리로 심란한 데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게 된 것이다. 지난밤 혹시 모를 태풍의 피해에 대비해 창문 단속을 단단히 하고 침대에 누웠다. 걱정이 겹친 탓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눈을 뜨기 바쁘게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했다. 몸은 집에 묶여 있지만, 바깥세상이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랐건만 부산, 경남 피해가 커서 걱정스러웠다.
몸을 일으켜 집안 곳곳을 살폈다. 집에는 아무 피해는 없었다. 잠시 한숨을 돌리는데 갑자기 정전되었다. 순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가뜩이나 자가격리로 짜증 나는데 정전이라니. 설상가상으로 노트북과 휴대전화 배터리마저 얼마 안 남았다. ‘미리 충전해놓을 껄’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격리 기간 간단한 회사 업무를 집에서 처리하고 있었기에 데스크에게 급히 전화해 상황을 보고했다.

다행히 아파트 비상 발전기 가동으로 거실 비상등은 켜져 있었다. 촛불을 켜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정전이 오래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일단 노트북을 급히 끄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배터리를 찾아 서랍을 뒤졌다. 평소에는 자주 눈에 띄었으나 오늘따라 보이지 않았다. 서랍을 여러 개 살핀 끝에 마침내 하나를 찾아냈다. 남아있는 용량을 확인하고 충전을 시작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멈추자 집안 온도는 빠르게 올라갔다. 바깥에서 들리는 심상찮은 바람 소리가 두렵긴 했지만 일단 창문을 열기로 했다. 잠깐 열었을 뿐인데 바람길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우우웅~, 우우웅~”하는 소리는 ‘마이삭’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창문을 닫았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밥솥에서 밥을 펐다. 밥솥과 달리 따뜻해져 가고 있는 냉장고에서 몇 가지 반찬을 꺼내 내키지 않는 식사를 했다. 식사 중에도 냉장고 음식이 상하면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격리 기간에는 외출이 안 되니 음식물 쓰레기도 버릴 수 없다. 지난 1주일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나의 처절한 노력이 수포가 되고 있었다. 차린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었으며 요리 중 발생한 각종 채소 껍질과 과일 껍질은 말려서 보관하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종이에 볼펜으로 기사를 써 내려갔다. 정전이 오래될 것에 대비해 휴대전화의 배터리도 아껴야 할 상황이었다. 기사를 쓴 지 30여 분이 지나자 마법처럼 다시 전기가 들어왔다. 문명의 세계로 돌아온 걸 환영하는 듯 집안 곳곳에서 가전제품들이 소리를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항상 곁에 있어서 고마움을 모르는 존재가 있다. 정전되어야 전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자가격리가 되어보니 건강과 평범한 생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오는 7일에 또 다른 태풍 ‘하이선’이 온다고 한다. 대용량 배터리 충전으로 정전에 미리 대비해야겠다.

[김 기자 자가격리기]
▶①동료기자의 확진, 상황이 돌변했다… 김 기자 자가격리기①
▶②정부의 대박 생필품, 걱정이 사라졌다… 김 기자 자가격리기②
▶④“푹 쉬겠네” 다들 부럽다는데… 김기자 자가격리기④
▶⑤격리 해제 2시간전, 보건소 문자가 왔다...김기자 자가격리기⑤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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