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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쉬겠네” 다들 부럽다는데… 김기자 자가격리기④


“자가격리? 집에서 쉬는 거잖아. 부럽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첫 반응은 대개 저렇다. 특히 허물없는 사이일수록. 본인 역시 처음에는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설마 나에게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들었다. 발열이나 기침 등의 증상도 없었고,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에 약간의 해방감마저 느꼈다.



하지만 자가격리는 휴가가 아니다. 2주 시간은 코로나의 잠복기를 고려한 조치이다. 지금 당장 아무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격리 기간이 끝나고 또 한 번의 선별검사를 통해 음성판정을 받아야만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랴. 즐겁게 생활해야 면역력도 높아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우울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주를 보내기 위해 나름 생활수칙을 정했다. 가장 큰 원칙은 나태해지지 말고 평소처럼 지내자는 것이었다. 생활습관의 변화로 혹시 코로나와 증상이 비슷한 감기라도 걸리면 민폐가 된다.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을 목표로 삼았다. 오전 7시에 기상하고, 밤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평일에는 회사근무 시간에 맞춰 재택근무를 한다. 오전 9시 부장에게 업무 시작을 알리는 보고를 한 후 부원들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출고한다. 중간에 점심도 빼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해결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처음 2~3일은 간편식의 맛과 편리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내 질리게 된다. 배달음식 역시 질리기도 했고 비용도 만만찮다. 지난 명절 선물로 받은 홍삼도 챙겨 먹었다. 건강보조식품에 평소 관심이 없어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것인데 혹시 면역력에 도움이 될까 싶어 먹는 중이다.



업무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못 봤던 영화나 책을 읽으려 노력했다. 데스크가 심심할 터이니 직소 퍼즐도 해보라고 권유했다. 전혀 심심하지 않았지만, 데스크의 권유(?)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의외로 많은 자가격리자가 직소 퍼즐을 하는 걸 알고 놀랐다. 직소 퍼즐의 경험이 전무 했지만, 이왕 하는 거 300조각이나 500조각이 아닌 1000조각으로 도전을 했다. 내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시간을 퍼즐과 씨름한 끝에 겨우 20조각을 맞추었다. 평소 직소 퍼즐을 즐기지 않았던 자가격리자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활동반경이 채 15m도 안 되는 공간에서 맴돌고 있을 때 반가운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딩동~딩동~”
온종일 기다리던 배달이 드디어 도착했다. “손잡이에 걸어 두고 가세요.” 현관문 너머 배달기사에서 말을 전했다. 승강기가 내려가는 것을 소리로 확인하고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 손잡이에 친구가 보내온 음식이 걸려있었다.



자가격리 소식을 들은 대학 동기 한 명이 음식배달을 시켜준 것이다. 갑갑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준다며 집 주소를 물어보길래 반신반의하며 알려주었다. 투박하게 포장된 용기에는 영롱한 빛을 내는 새우와 육회가 들어있었다.



친구가 보낸 준 음식을 먹으며 영상통화를 했다. 대학 시절 이야기부터 코로나, 태풍 이야기까지 남자들의 수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길어봐야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겠지 싶었지만, 어느덧 3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음식들 배달시킨 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너희 집까지 가져다 둔 거야.”라는 친구의 깜짝 고백을 끝으로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영상통화지만 마치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언택트 시대에 적응하는 것일까?’라는 공연한 생각마저 들었다.



격리 기간 가장 힘든 것은 갇혀 있다는 답답함도 아니고, 불안감도 아니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다. 집안에 흐르는 적막함이 싫어 보지도 않는 TV를 켜놓는다. 지인들의 힘내라는 격려 문자 하나, 전화 한 통이 큰 힘이 된다. 하루에 한 번 구청 담당 직원의 연락 마저 고맙다. 보건소에서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연일 보도를 통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느낀다. 격리자에서 확진자가 됐을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고생도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격리 기간에 태풍마저 3개나 지나갔다. 취재현장에서 비를 맞고 고생스럽게 일은 안 해서 다행인가 싶다가도 빨리 자가격리가 끝나서 현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빨리 자가격리도 끝나고 코로나 상황도 잠잠해지길 바란다.

[김 기자 자가격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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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정부의 대박 생필품, 걱정이 사라졌다… 김 기자 자가격리기②
▶③“헉! 정전” 노트북 배터리 바닥나 눈앞이 캄캄...김 기자 자가격리기③
▶⑤격리 해제 2시간전, 보건소 문자가 왔다...김기자 자가격리기⑤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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