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국공립 예술단원 “임금 적어” 개인레슨? “개선 시급”

코로나 역학 과정서 서울시향·국립국악원 ‘개인레슨’ 문제 수면 위로
국공립 예술단체 혁신과 함께 겸직 금지 조항 개선 필요성 제기돼

서울시향 공연 사진. 서울시향 제공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국립국악원 단원의 ‘개인레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역학 조사 과정에서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의 ‘겸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영리활동이 금지된 국공립 예술단원의 개인레슨을 포함해 신고하지 않은 외부 활동을 눈감아주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겸직 규정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에 비춰 겸직이 유연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어온 국공립 예술단체의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향·국립국악원의 잇따른 ‘개인레슨’ 일탈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의 겸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서울시향이다. 지난달 17일 보건당국 역학 조사에서 서울시향 단원 A씨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 학생을 개인레슨하다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당시 단원 A씨가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서울시향의 8.15 기념음악회가 공연 직전 취소되기도 했다. 이 단원은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상급기관인 서울시는 서울시향에 엄격한 단원 겸직 실태 조사 및 징계를 요구했고, 서울시의회 질타에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전수조사를 약속한 상태다. 지난달 27일에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 B씨도 개인레슨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국립국악고 학생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재 국립국악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국민일보 2020년 8월 25·28일자 및 9월 4일자 단독 기사 참조).

“임금 적다”는 주장, 정말일까

서울시향과 국립국악원의 사례에서 보듯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의 외부 영리활동에서 가장 빈번한 것은 개인레슨이다. 단체의 연습 등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 출연이나 출강 등은 일정 시간 허용되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국공립 예술단원 상당수가 개인레슨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레슨실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눈감아줬던 이유는 ‘임금’이 적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본보의 개인레슨 보도 이후 예술계에선 “급여가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국가나 지자체 등 상급기관의 지원이 적은 탓에 많은 국공립 예술단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에 대한 단원들의 생각과 일반 국민의 정서가 많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국공립 예술단체마다 상급기관과 재단법인화 여부 등 요소가 다르고 급여 수준도 다르지만 대체로 일반 공무원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공무원에 준해 급여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 연주자가 되기까지 적지 않은 투자를 해온 음악계에선 이를 적다고 본다.

이번에 개인레슨 문제가 불거진 국립국악원은 정단원 기본연봉이 공무원 8급에 준하는 초봉에서 시작돼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여기에 다른 국공립 예술단체와 마찬가지로 공연(연주) 수당이 더해진다. 국립국악원 연주 단원 481명과 기획단원 30명 등 전체 511명의 올해 인건비 예산은 약 229억원으로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4477만원에 달한다(문체부 순환근무 행정직, 별도 학예직 제외). 교향악단 가운데 예산 규모가 적은 편으로 알려진 경기필하모닉만 하더라도 단원과 직원을 포함한 105명에 인건비 45억원이 배정돼 있다.

국립국악원 공연 사진. 뉴시스

국내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는 서울시향은 2020년 기준 지휘자·단원·직원 131명의 인건비로 140억원이 배정돼 있다. 산술적으로 나누면 1인당 1억원을 넘는다. 이에 대해 서울시향은 “지휘자를 빼고 각종 수당을 제외한 직·단원 120여명의 평균 기본연봉은 6000만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다만 매일 출근하는 대신 공연이 있는 날에 맞춰 2~3일 출근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단체연습을 하는 서울시향 단원은 기본연봉과 연주수당 외에 특별히 연습수당도 받고 있다. 연습수당은 공연을 앞두고 평균 2~3일 연습을 하고 한 번에 3만원, 연주수당은 회당 9만원을 받고 있다. 연주와 연습 횟수에 따라 개별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실제 통상임금은 1000~2000만원 정도 더 올라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집에서 연습했기에 연차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단원들의 소송이 제기됐고 실제 지난해 1심에서 승소도 했지만, 최근 개인레슨 문제가 불거지면서 실제 연습 여부에 대한 증명이 요구되고 있다.

“해외 외부활동 폭넓게 허용” vs “단순 비교 어불성설”

국공립 예술단체가 단원의 영리 목적 겸직을 막는 이유는 단체의 존재 이유인 공연에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서다. 외부 영리 활동은 공연예술 특성인 연습을 방해하고 단원 기량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는 곧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공공성을 흔드는 일이어서 국공립 예술단체는 외부 활동이 필요한 경우 기관장에게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향 사무국 출신 오병권 전 대전 예술의전당 사장은 10일 본보와 통화에서 “개인레슨을 많이 하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지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외부활동을 완전히 금지할 수 없더라도 조직의 규정을 지키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음악계에서는 현행 국공립 예술단체의 겸직 금지 조항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해외에선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겸직 활동을 인정하고 있어서다. 지난해까지 독일 울름시립극장 수석지휘자를 지냈던 지휘자 지중배는 “독일 등 유럽 악단은 연주와 연습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개인레슨과 출연·출강 등 영리 활동에 굉장히 관대한 편”이라면서 “휴일이거나 근무시간이 아니라면 영리활동이라도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 공연 사진. 서울시향 제공

공공 지원을 받는 유럽 오케스트라와 달리 민간 후원에 주로 의존하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단원의 영리활동이 더 빈번하다. 유럽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단원 임금이 적은 편이어서다. 개인레슨 등 단원의 겸직 허용은 음악교육에 일조한다는 평가도 있다. 단원이 학생에게 음악 자산을 전수하면 사회 문화적 역량도 올라간다는 말이다. 지 지휘자는 “유럽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학생·아마추어 연주자의 교육도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외와의 단순비교로 국내 국공립 예술단원의 겸직을 허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해외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은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 입시·취직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는 국공립 단원의 레슨 수요가 폭발적이어서 주객전도의 위험성이 높다. 국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악장 등 높은 직책의 연주자일수록 더 많은 레슨생들이 몰린다. 그중 일부는 수십명씩 제자를 두고 가르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클래식계 관계자 역시 “서울시향 단원이란 타이틀로 레슨비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라면서 “최근 개인레슨 문제가 불거진 후 학부모들 사이에선 레슨비가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예술계 시장이 좁은 탓에 개인레슨은 유착의 온상으로도 여겨져 왔다. 레슨으로 아티스트와 인연을 맺어야 국공립 예술단체 취직이 유리하다는 소문은 문화예술계에 몸담은 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 개인레슨으로 인한 탈세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개인레슨을 무작정 허용하면 세금으로 양질의 시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국공립 예술단체의 공공성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공연 질과 횟수 등으로 합격점을 받는 예술단체가 손꼽히는 상황에서 단원영리활동 허용 이전에 예술성 추구라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국민정서도 있다. 또한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시즌 계약제’ 해법도… 전문가 "겸직 조항 재정비 필요"

국공립 예술단원들의 영리 목적 겸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기존의 종신 고용을 포기하고 국립극단처럼 시즌 계약제로 단원을 운영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오래전부터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제대로 된 단원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종신고용이 국공립 예술단체의 실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자주 제기돼 왔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국공립 예술단체의 개혁 필요성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문제일 것”이라면서 “특히 무용의 경우 몸을 매개로 하는 예술이기에 정년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해외에선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작품을 만들려면 단원이 있어도 외부에서 젊은 무용수들을 데려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공공 예술단체의 공공성과 직결된 예술성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종신 고용이 기본인 독일 오케스트라 등을 참고할 때 시즌 계약제 등은 예술 단체 역량 안정화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도 있다.

국립국악원 종묘제례악 공연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재정 규모나 운영 방식이 예술 장르별, 조직별로 다른 만큼 단체마다 운영 방침에 맞춰 겸직 조항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병행론’도 나온다. 안호상 전 국립극장장은 “급여가 낮은 예술단체는 단원들이 일종의 부업으로 다른 일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면서 “일관된 원칙을 세우기보다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병권 전 대전 예술의전당 사장은 “국공립 단원의 개인레슨이 드러난 이번 일을 계기로 예술단체 직무에 관한 틀을 아예 새로 짤 필요가 있다”며 “문화예술계 전체 논의를 토대로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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