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기회로 바꾼 ITAC… “전 세계 예술교육가 연대 강화”

14~17일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 올해는 코로나 탓에 비대면 컨퍼런스
서지혜·김병주 공동위원장 “예술교육, 예술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모든 활동“

서지혜 공동위원장(왼쪽·인컬처컨설팅 대표 겸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과 김병주 공동위원장(서울교대 교수)의 모습. ITAC 제공

전쟁 중 성폭행 트라우마를 겪은 여성과 함께 하는 연극, 청소년 재소자와 호흡하는 공연, 파킨슨 환자와 함께 추는 춤, 저소득층 어린이와 함께 읽는 책…. 모두 ‘예술교육’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예술교육을 여전히 예체능 교육과 동일하게 여기거나 전문 예술가를 양성하는 엘리트 교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서지혜 ITAC(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 공동위원장(인컬처컨설팅 대표)은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교육이란 예술가의 작품을 포함해 삶의 방식, 제작 과정을 통해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이라고 전했다. 김병주 공동위원장(서울교대 교수)은 “예술교육은 예술가의 영감을 전달하는 과정”이라며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삶의 전반을 예술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예술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예술교육을 화두로 머리를 맞댔다. 14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ITAC은 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을 함께 모색하는 컨퍼런스다. 올해 5번째 행사이고, 격년으로 열려 10주년을 맞은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이 주최한다.

ITAC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디지털 컨퍼런스로 전환되면서 참여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전송한다. ITAC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될 기로에 놓이기도 했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면을 선택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오히려 ITAC의 색깔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ITAC은 발제자와 패널로 구분되는 기존 컨퍼런스의 형식을 벗어나 모두 동등하게 토론해왔는데, 이번에 참석자 지향적인 ‘언컨퍼런스(Unconference)’ 특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서 위원장은 “더욱 민주적인 컨퍼런스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니 참가자도 대폭 늘었다. 기존에는 약 200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유료 참가자 350명, 무료 참가자는 약 800명이다.

서 위원장은 “비대면 행사의 관건은 상호작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참가자들의 교감은 공식 세션보다 자유로운 사적 교류에서 더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에 ITAC은 소통 플랫폼을 크게 두 개로 나눴다. 공식 컨퍼런스 홀과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ITAC의 방향성은 15일 열리는 첫 세션인 ‘언러닝’(unlearning·과거에 배운 것을 잊어버린다)에서 엿볼 수 있다. 서 위원장은 “학교에서 러닝(learning·학습) 방식으로 일방적인 강의를 들었다면 예술교육은 교감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언러닝 세션의 사전 프로젝트는 비대면 참여 예술이었다. 먼저 참가자에게 원작을 공개하지 않고 작품을 연상할 수 있는 문장 5개를 제시했다. 참가자는 나름의 해석대로 그림을 그렸고 완성품을 분할된 화면을 통해 공개했다. 서 위원장은 “완성품을 모아 놓고 대화를 하는 시간이 핵심”이라며 “자신의 해석을 말하고 타인의 작품을 이해하면서 편견이나 가치관 등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날 세션인 ‘포용과 화해, 공존’에선 세계적인 앨빈 에일리 무용단과 마크 모리스 무용단의 예술교육 사례가 소개될 예정이다. 앨빈 에일리 무용단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을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마크 모리스 무용단은 10년 넘게 춤을 통해 파킨슨 환자들의 대인 관계 회복을 돕고 있다. 이외에 전쟁 중 성폭행 트라우마를 겪은 여성들과 함께한 프랑스의 연극 작업, 대만에서 여성 청소년 재소자들과 함께한 예술작업 등이 공유될 예정이다.

한국의 예술교육 사례도 풍성하다. 암 환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사회와 호흡하도록 격려하는 작업 등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번 ITAC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한층 드러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예술은 평화와 융합을 상징한다”며 “팬데믹 상황에서 불신이 팽배해졌을 때 예술교육이 갖는 연대와 가치가 선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모든 게 멈춘 지금, 다시 근본을 돌아보게 됐다”며 “이번 ITAC을 통해 예술가와 예술교육가들이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서로 지지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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