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중 엘리베이터 갇혀 공황장애 악화→사망… “업무상 재해”


퇴근길에 회사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겪은 후 공황장애 심화로 극단적 선택을 한 회사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숨진 A씨의 아버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의 한 게임회사에 다니던 A씨는 2016년 10월 5일 야근 후 퇴근하던 중 회사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겪었다. A씨는 사고 39분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A씨는 당시 과호흡 상태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이후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 등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그는 이 회사에 2017년 3월초까지 출근했고, 4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A씨가 엘리베이터 사고로 공황장애 증상이 악화됐고 업무상 스트레스까지 겹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아닌 A씨의 개인적 문제를 사망에 이른 원인으로 봐야 한다며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A씨 유족 측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퇴근하기 위해 회사 엘리베이터를 탄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진료기록상 A씨는 (개발했던) 게임이 실패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공 여부에 대해 상당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고 쉽게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 원인이 주로 사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근로복지공단 측 주장에 대해선 “설령 A씨의 개인적 요인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그것만으로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부정되지 않는다”며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과 우울 증상 등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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