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ABT 수석 된 안주원 “무대 설 날만 기다려”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처음 수석무용수 승급… 입단 6년만의 쾌거
“코로나로 발레단 쉬는 상황에서 승급 발표돼 어안이 벙벙”

ABT의 ‘해적’에서 주인공 알리 역할로 무대에 오른 안주원의 모습. ABT·Rosalie O’Connor

“코로나19로 발레단이 활동을 쉬는 상태여서 올해 승급은 건너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수석무용수 승급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어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ABT)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안주원(27)을 포함해 단원 6명의 수석무용수 승급을 발표했다(국민일보 9월 11일 단독보도). 발레리나 서희가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ABT에서 한국인 발레리노로는 안주원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월 한국에 돌아와 있던 안주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BT 구성원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화상회의를 통해 발레단의 현 상황과 무용수들의 컨디션 등을 점검하는데, 갑자기 승급이 발표됐다”면서 “수석무용수로서 부담감이 들지만 앞으로 무대에 다시 올랐을 때 훌륭하게 제 몫을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1939년 미국에서 창단된 ABT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과 볼쇼이 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등과 함께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평가받는다. 안주원은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선화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2012년 입학했다. 그해 제25회 불가리아 바르나 국제콩쿠르 시니어 부문 3위에 올랐고 이듬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ABT 입단 제의를 받고 2014년 군무로 입단했다. 5년 만인 지난해 9월 솔리스트로 승급했고 1년 만인 올해 수석무용수로 올라섰다. 한국 발레리나들이 세계 주요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약해 왔지만 발레리노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안주원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최영규 등을 잇는 존재다.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ABT 수석무용수가 된 안주원. ABT

그는 “근래 세계에서 한국인 무용수들이 활약하는 데는 뛰어난 한국의 발레 교육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 훌륭한 스승과 좋은 동료를 만나 성장한 덕분에 이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안주원은 ABT에서 입단 6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무던함을 꼽았다. 긍정적이고 담담한 성격이 고된 훈련, 언어 장벽, 외로움 등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훈련보다는 혼자 남겨진 시간이었다”면서 “성실하게 연습을 반복하면서 동료들에게 조금씩 다가서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발레 후배들에게 고난과 시련은 반드시 자양분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ABT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왕자 역할로 출연한 안주원. ABT, Doug Gifford

무용수가 약 85명인 ABT는 군무-솔리스트-수석무용수의 단원 체계로 이뤄져 있으며, 수석무용수는 남녀 각 8명에게만 주어진다. 1년에 한 번 승급 결과가 발표되는데, 별도의 오디션이 아닌 1년 동안의 결과물을 케빈 맥킨지 단장과 발레 마스터들이 평가하고 상의해 결정한다. 그는 “ABT에서 수석무용수에 오르는 과정은 천차만별”이라며 “10년이 넘어서 승급하는 단원도 있고, 발레단에서 아예 처음부터 수석무용수 감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군무 시절인 2018년부터 ‘라 바야데르’의 주역으로 발탁되는 등 그는 최근 ABT의 작품에서 잇따라 주역으로 캐스팅 되며 차세대 스타로 눈도장 찍었다.

뉴욕 링컨센터를 홈그라운드로 하는 ABT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4월 올해 봄 시즌의 공연을 모두 취소한 상태다. 5개월이 흘렀지만 발레단이 언제 활동을 재개할지 알 수 없다. 지난 6월 부산발레축제 무대에 설 예정이었지만 이마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되면서 현재는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연습만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초 코로나가 확산될 때 한 달 정도 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길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뉴욕의 코로나 상황이 많이 호전됐는데, 내년 1월 정도에는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BT를 포함해 전 세계 예술단체가 하루빨리 활동을 재개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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