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공연 재개, 영상 필수’ 코로나 장기화 속 세계 공연계 흐름

지난 9일 중국 국가대극원 주최 ‘공연예술 베이징포럼’
온라인으로 유명 공연장, 축제, 예술단체 관계자 90여명 참석

중국 국가대극원 주최 '2020 세계 공연예술 포럼'의 화상회의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전 세계 유명 공연장과 축제, 예술단체 관계자 90여명이 지난 9일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이 주최한 ‘2020 공연예술 베이징포럼’에서다. 지난해 시작된 베이징포럼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의 화두는 온라인 공연, 즉 공연 영상화와 스트리밍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공연계는 대면 공연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으로 시선을 옮겼고, 팬데믹의 지속으로 영상에 대한 수요와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공연에 대한 관객의 접근성을 낮춰주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확장성에 주목했다.

2020 세계 공연예술 베이징포럼 포스터.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의 피터 겔브 총감독은 “지난 3월 공연 중단과 함께 재정적 위협을 받았던 MET는 2006년부터 시작된 ‘MET 라이브 인 HD’의 아카이브를 전 세계 관객에게 무료 스트리밍해 왔다”면서 “그리고 HD 영상 제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만든 ‘At home Gala’ 등을 통해 관객과 지속해서 소통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간 3만명의 새로운 후원자를 찾았으며, 후원금은 6000만 달러(약 732억원) 정도가 모였다”면서 “온라인 공연을 경험한 관객이 있는 이상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새로운 관객층과 후원자가 지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도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 녹화한 공연 실황을 중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대표는 “야닉 네제 세갱 음악감독과 악장들이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버추얼 클래스 등 여러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면서 “팬데믹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오케스트라 웹사이트에 접속이 많았으며 새로운 관객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9월 30일 개막하는 2020-2021시즌의 가을 프로그램은 디지털 스테이지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이외에도 영국, 중국, 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의 공연장들이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 및 새로운 관객 개발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가 공연 영상화를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포럼을 주최한 중국 국가대극원의 왕닝 사장은 “또 다른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좋은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공연예술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편화시키는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전 세계 공연계가 교류를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싱가포르 에스플레네이드의 이본 탐 사장도 “국제 협력이 중요한 시기”라며 “전 세계 공연계가 디지털 플랫폼을 공유하고 힘을 모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특히 “새로운 콘텐츠는 지금 시대에 관객이 어떤 걸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피터 겔브 총감독이 '2020 세계 공연예술 포럼'에서 발표했다. 중국 국가대극원 페이스북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전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공연예술의 미래를 체감하는 포럼이었다”며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과 디지털 플랫폼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정부 주도하에 온라인 공연의 장을 넓히고 있다. 특히 예술의전당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민간단체의 온라인 공연 제작 및 인프라 지원을 위한 ‘공연 영상화 종합 스튜디오’를 내년 중 설립한다.

하지만 이번 포럼에서 공연의 본질은 대면 공연이며 코로나 장기화 속에서 더이상 극장의 문을 닫고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온라인 공연은 또 하나의 시장이 될 수 있지만 대면 공연의 대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의 장기화 속에 바이러스와 상생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대면 공연을 재개하는 추세다. 유럽의 경우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난 6월 오스트리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해 대면 공연을 시작하는 등 여러 나라에서 느리지만 조금씩 공연장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9월부터 공연과 스포츠 행사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완화하기도 했다. 다만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핫스팟’ 지역에선 거리두기가 적용된다.

폴란드 국립오페라 총감독인 발데마르 다브로브스키는 “정부가 대면 공연을 허가해 9월부터 시즌이 재개됐다”면서 “12일 개막공연을 비롯해 현재 예매가 진행 중인 작품의 대부분이 매진이다. 그동안 관객들이 얼마나 대면 공연에 갈증을 느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의 마이클 펠피거 예술감독은 “코로나가 뉴미디어 시장을 열어줬지만 대면 공연을 대체할 수는 없는 만큼 무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대극원 주최 '2020 세계 공연예술 포럼'에서 공연계 관계자들이 영상을 통해 온라인 화상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중국 국가대극원 페이스북

코로나 상황이 구미보다 안정됐던 아시아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대면 공연이 이어져 왔다. 중국 상해 폴리 그랜드 시어터도 지난 6월부터 꾸준히 대면 공연을 이어왔고, 하반기에는 모든 공연장 문을 열 계획이다. 이날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한국은 4월부터 극장 문을 부분적으로 열고 대면 공연을 지속하고 있다”며 “K방역의 핵심은 마스크와 좌석 거리두기”라고 전했다.

그런데 한국은 올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올리는 등 전 세계 공연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공연장 운영에 소극적이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국공립 공연장은 아예 문을 닫았고, 민간 공연장은 거리두기 좌석제를 적용해 공연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근래 해외 공연계에서 대면 공연이 재개되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어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와 함께 생활하는 방향으로 틀어 정책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아직 대면 공연이 이르다는 반응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여름 휴가시즌 이후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는 데다, 겨울이 되면 재유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영국 바비칸센터의 총감독인 니콜라스 켄욘은 “서둘러 극장 문을 열면 안 될 것 같다”며 “지금은 관객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할 때”라며 “공연을 스트리밍할 때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개런티나 저작권 체계를 정비하는 등 온라인 공연 수익 구조에 대해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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