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판매 막히고, ARM 변수까지…한국 반도체 ‘빨간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잘 버텨왔던 한국 반도체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그래픽카드 1위 업체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반의 지각 변동까지 예상된다.

엔비디아 참전, 라이선스 비용 뛰나
엔비디아는 전 세계 PC용 그래픽카드(GPU)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업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으로 외연을 넓혀오고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 AP연합뉴스

ARM의 반도체 설계 기술은 퀄컴 스냅드래곤, 애플 A시리즈, 삼성전자 엑시노스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사용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ARM의 기술과 자사 GPU 기술을 결합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인수 이후 ARM의 라이선스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ARM은 가능한 많은 업체가 자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경쟁사를 견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라이선스 비용을 늘리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에서 ARM 기술을 대체할 것이 없다는 점에서 실현 여부를 떠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체들엔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다.

화웨이 판매금지, 복잡한 속내
화웨이 제재에 대한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의 입장은 복잡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중요한 반도체 공급처를 잃게 된다.

15일 반도체업 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이날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못 한다.

제재 대상은 D램, 낸드플래시 등 매출 비중이 큰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도 모두 포함된다.

지난해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삼성전자는 3.2%(7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 정도로 이번 화웨이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10조원의 시장이 날아갈 수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연관 사업도 화웨이 물량 중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화웨이에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OLED 패널을 공급해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도 이번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에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패널을 통째로 납품할 수 없다.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분쟁에 손발이 묶인 반도체 업계는 양국의 반응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단 미국 정부에 화웨이에 대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LG디스플레이도 현재 라이선스 신청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국 화웨이 죽이기에 나선 만큼 당분간 승인이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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