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소녀로 위장해 ‘전체가 게임’ 채팅방 들어가봤다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왼쪽 사진)와 전체 채팅방 일부(오른쪽). 넥슨 홈페이지, 채팅방 캡처

“언니 어떤 사람이 전챗(전체채팅)에서 ‘변’이라고 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는데….”

중학생인 여동생은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스마트폰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게임을 즐겨 한다. 게임 내 모든 유저가 주고받는 ‘전체 채팅’에서 이상한 말들을 발견하고 인터넷에 뜻을 검색해본 것이다. 변은 변태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이외에도 전체 채팅에는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노예남’ 등 수위 높은 얘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체이용가’ 게임이다. 유저의 절반쯤은 10대이고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런 게임의 전체 채팅방이 ‘노예남/녀를 구한다’ ‘다 벗고 할 여자’ ‘거기 보여줄 사람’ 같은 일종의 음란 대화로 도배되는 건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신체 사진을 보내주면 게임 내 아이템을 주겠다는 식으로 게임 이용자를 회유하는 전체 채팅도 있었다. 용돈 궁한 10대가 덫에 걸릴 가능성은 상존한다.

도대체 10대들의 스마트폰 게임 채팅창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이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기자는 최근 잠입취재를 해봤다. 신분은 11세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로 위장했다. 평일 낮 12시쯤 채팅창을 열고 30분 남짓 만에 놀라운 제안들이 쏟아졌다.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전체 채팅 일부.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캡처

"제발 가슴만이라도 보여줘" 11살 소녀가 들은 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전체 채팅창에 ‘13 남 사진 교환할 여자 ㅊㅊ’라는 글을 올린 남성 캐릭터였다. 친구 추가를 하고 기다렸다. 불과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불건전 유저: 그러면 ㄱㅊ(성기) 사진 교환하자. 0000(채팅 어플) 깔고 아이디 알려줘.

상대편은 제일 먼저 외부 채팅 앱으로 옮겨가자고 권유했다. 앱을 깔았다고 하자 “몇 살이냐”고 묻더니 외부 채팅 아이디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외부 채팅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다시 사진을 보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무서워서 보내줄 수 없다고 거절했는데도 요구사항을 바꿔가며 끈질기게 매달렸다.

불건전 유저: 딱 한 번만 보여주면 안돼?
불건전 유저: 그러면 제발 가슴만이라도 보여줘
불건전 유저:아무도 모를 텐데 뭐가 문제냐

결국 강제로 유저를 차단한 뒤에야 대화는 끝이 났다.

"만나서 ㅅ11ㅅ할래?" 이번엔 다짜고짜 성관계 요구
두 번째도 13살이라고 밝힌 남성 유저였다. 사진을 교환하자는 전체 채팅을 보고 친구 추가를 한 뒤 기다렸다. 역시 1분도 되지 않아 답이 왔다.

불건전 유저: 안녕, 사진교환이야?
(맞다고 대답하자)
불건전 유저: 만나서 ㅅ11ㅅ(섹스)할래?

이번 유저는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오프라인 만남을 추진했다. 게임 채팅창에는 특정 단어가 입력이 불가능한 ‘필터링’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성관계’를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ㅅ11ㅅ’ 같은 우회적 표현으로 채팅을 하는 것이다. 기자가 머뭇대자 이용자는 “처음이냐”며 이번엔 주소를 물었다. 꼬치꼬치 캐묻는 유저 태도에 곧바로 ‘친구 차단’을 해야 했다.

"내 사진 먼저 보낼게" 11살 남자아이의 제안
불건전 유저: 너 변(변태를 줄여 부르는 말)이지?
불건전 유저: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며)서로 소중한 곳 찍어서 사진 보내자.
(응하지 않겠다고 하자)
불건전 유저: 내가 먼저 보낼게

세 번째로 친구 추가를 한 11살 유저는 앞선 두 사람보다 더욱 적극적이었다. 자기 사진을 먼저 보내겠다며 휴대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응하지 않자 다짜고짜 자신의 번호를 알려줬다. 이 친구가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라고 해도, 아니면 신분을 위장한 성인이라고 해도 당황스러울 것 같은 상황이었다.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넥슨 홈페이지 캡처

'마이룸'서 벌어지는 음란 보이스 채팅
나이 미상의 한 남성 캐릭터가 자위하자고 전체 채팅을 보냈다. ‘자ㅇㅜ...’라고 표현해 필터링을 피했다. 세상에 이런 얘기들이 버젓이 오간단 말이지? 새삼 놀라웠다. 이용자를 친구 추가하고 기다렸다.

불건전 유저: 할 거야?
(기자가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음)
불건전 유저: 그냥 마이룸 들어가서 마이크 켜고 있으면 돼

게임 내에는 ‘마이룸’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용자가 레벨 6을 달성하면 마이룸이 주어진다. 마이룸에서는 방문자끼리만 마이크를 켜고 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소수의 유저들이 서로의 신음을 마이크로 듣는 방식으로 음란 채팅을 하는 모양이었다. 일부 유저가 마이룸 기능을 악용한다더니, 이런 거였나 보다.

10대 이용 게임 채팅의 고질적 문제

넥슨은 지난 8일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에 대한 64차 단속을 진행하고 성적 표현 등 불건전 채팅을 한 닉네임들을 차단했다. 64번째 단속을 했다는 건 앞서 63차례의 단속이 있었다는 뜻이다. 음란 채팅의 문제를 게임사가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단속이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임 유저는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아이디 등을 무수히 돌려가며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 관계자는 “불건전 채팅에 대해서 론칭 초반부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실시간 모니터링 통해 채팅 내용을 확인하고 신고가 접수된 이용자에 대해서는 운영정책 이용약관에 기반해 즉시 불건전 채팅을 제재 단속하고 매일 단속 현황을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게임 내 채팅창을 끌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언제든 차단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1대 1 채팅 단속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채팅을 끌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부적절한 채팅을 감지하도록 AI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채팅 단어를 자동 감지하는 AI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어가 변주되거나 할 경우 학습해서 필터링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10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인 어썸피스의 게임 ‘좀비고’에서도 음란 채팅 문제가 발생해 어썸피스는 지난 3월 공식 카페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음란 채팅의 온상이 되고 있는 ‘커스텀룸’ 기능을 폐지한 바 있다. 좀비고 화면 캡처

12세 이용가 게임 ‘마피아42’에서도 영상을 교환할 사람을 찾거나 야한 채팅을 할 사람을 구하는 게임방이 문제가 됐다. 게임 아이템이나 문화 상품권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이용자를 회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피아42 화면 캡처

이어 아이디 단속에 대해서는 “수단이 다양한데 넥슨 아이디의 경우 본인인증 기반으로 제재가 확실히 되지만 게스트 아이디의 경우는 단속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 밖에도 마이룸 내에서 음란 보이스 채팅 제재가 따로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마이룸 보이스 채팅 제보가 들어올 경우에는 제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음란 채팅의 문제는 카트라이더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이 하는 거의 모든 게임에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넥슨 측도 “채팅이슈는 비단 특정 게임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게임사에서 건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라며 “불건전 채팅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최대한 많이 다양한 부서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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