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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 “자연이 더 아름답다는 걸 조각이 가르쳐줘”

남양주의 힐링 명소…30주년 맞아 특별 기획전 ‘조각의 아름다움’전 열어

1990년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 모란공원 옆 휴게소를 개조해 미술관이 들어섰다. 국내 최초의 조각 전문 미술관을 표방한 이곳이 30년을 버티어 낼 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조각은 회화에 밀려 시장성이 없는 미술 장르였기 때문이다.
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이 15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미술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15일 3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조각의 아름다움’이 열리는 그곳에 갔다. 이연수(75) 관장이 넓은 야외 조각 전시장을 끼고 걸어오며 환한 미소로 맞아줬다. 이마를 드러내 묶은 긴 머리, 세련된 스카프 차림에서 첫인상은 우아한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미술계에선 알아주는 강단의 여장부였다. 인터뷰하는 중에도 조각계 원로 최만린(85)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30주년을 축하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다 조각계에서 도와줘서 여기까지 온 거지요. 그래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조각 분야를 이끈 것에는 보람을 느껴요.”

컬렉터 출신인 그는 파리 로댕미술관 등 외국에 본 야외 조각 전시장이 인상적이어서 국내에도 하나쯤 생겼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됐다. 사업을 하던 남편 홍석웅(78)씨가 한국 최초의 사설 공원묘지인 모란공원을 인수한 뒤 미술관을 하도록 도와줬다. 야외전시장은 5만3000㎡(6000평) 넘는 넓은 공간으로 심문섭, 구본주, 엄태정 등 국내외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전시돼 있다. 본관은 3개의 전시실, 5개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 10년은 한 해 2억원씩, 이후 20년은 매년 3억원씩 적자가 나고 있어요. 그럼에도 어떡해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정부의 사립미술관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여는 것 자체가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 조각계에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을 여러 개 해냈다. 1992년 개최한 ‘모란국제조각심포지엄’은 한국 사립미술관 최초의 심포지엄이었고, 모란미술관이 국제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네덜란드 마크 브루스, 페루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알베르토 구스만 등 국내외 작가 9명을 초청했다. 초청작가들은 한 달 가까운 체류 기간 동안 야외조각 전시장 한쪽에 작업장을 만들고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95년부터는 '모란미술대상'을 제정했다. 97년부터는 이를 ‘모란조각대상’으로 장르를 특정해 격년제로 시행했다. 조각 관련 비슷한 상들이 나오며 모란조각대상은 2007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개관 20주년을 맞은 2015년에 ‘모란, 아트 플랫폼’을 지향하며 건축, 설치, 조각을 아우르는 ‘모란 폴리 2015’ 국제공모를 했다.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모란미술관은 주변에 큰 부지가 있는 게 조각공원 조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술관 건축물도 높게 치솟지 않고 옆으로 펼쳐지는 형식으로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술관 설립 및 운영이 만만찮은데 개인이 개인재산을 털어 30년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해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4인의 작가를 초청한 30주년 특별기획전 '조각의 아름다움'전에 나온 최의순 작가의 전시장 전경. 권현구 기자

이 관장은 어쩌다 조각에 왜 빠졌을까. “조각가의 작업실에 갔을 때 흙을 빚어 테라코타(진흙으로 표현한 입체)가 되고 거기에 석고를 떠서 최종 브론즈가 탄생하는 등 끊임없이 탈바꿈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는 “마당에 있는 조각이 좋아 아낌없이 더 샀다. 어느 날 흰 눈이 왔을 때 눈 쌓인 봉분을 보며 사람이 만든 조형물보다 자연이 최고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이 없었다면 그런 걸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30주년 전시 제목을 ‘조각의 아름다움’으로 정한 이유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조각이 가르쳐준 아름다움을 뜻한다. 30주년 특별기획전에는 최의순, 윤석남, 최인수, 배현경 등 4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10월 30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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