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장 “‘정치의 사법화’ 면목없다” “대선·지선 동시실시” 제안


박병석 국회의장은 정치권이 사법기관 판단에 기대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 “부끄럽고 면목 없는 일”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박 의장은 “정쟁과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회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법부로 끌고 가는 자세는 국민의 대변 기관임을 포기하는 것이고, 국민 불신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최근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해 “사법당국의 판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크게 수긍한 것이다.

박 의장은 “다양한 여론을 하나하나 용광로에 녹여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을 비롯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논란이 불거지면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검찰이나 법원에 판단을 앞세우는 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의장은 “국민께서 국회가 자정 기능을 확보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의장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각각 3월과 6월, 세 달 간격으로 열리는 사실을 언급하며 “적지 않은 국력 소모가 예견된다”며 “동시에 실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20대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 제8회 지방동시선거는 6월 1일로 규정돼있다. 지방선거를 조기에 치르는 것이어서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개정안이 마련돼야 한다. 동시·분리 선거의 정치적 유불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원 구성 재협상 의지도 밝혔다. 개원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분배를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민주당이 맡고 있다. 박 의장은 “개원 초에 원 구성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몹시 마음이 아프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절박성이 있었다”며 “문은 닫혔지만, 빗장은 걸리지 않았다. 어느 한 쪽에서 의지를 가지고 타진한다면 적극 중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변경 없인 상임위 재배분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민주당도 법사위원장은 내놓을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다.

개원 초기 거론했던 ‘개헌론’도 다시 언급했다. 박 의장은 “마지막 개헌이 1987년이었다. 산업화 시대 민주화 세력이 정치적으로 타협했던 헌법이 시대에 맞지 않다”며 “특히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국가의 우선 과제가 모두 재조정돼야 하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코로나 경제위기가 심각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를 지나 내년 초쯤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지금 개헌을 본격 논의하게 된다면 코로나 위기 극복에 국력을 결집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고비 넘긴 이후가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이런 논의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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