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장 “정부 위해 정규직화 노력했는데 나가라니”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자진 사퇴 권유…‘시간 달라’고 했지만 거부”


국토교통부의 해임 건의안을 받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과업을 위해 부상까지 입으며 노력했는데 따뜻한 위로는커녕 나가라고 한다”며 해임을 거부했다. 이번 해임안이 인국공 사태를 무마하려는 정부의 ‘꼬리 자르기’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업계 안팎으로 퍼지고 있다.

구 사장은 16일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국토부 고위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갑작스레 자진 사퇴를 요구받았다”며 “어리둥절해져서 ‘제대로 된 명분을 주거나 잔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9일 기획재정부에 구 사장의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이 문서에는 해임 건의 사유로 구 사장이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 때 부실 대응하고 행방이 묘연했던 것과 지난 2월 인사에 불만을 제기한 직원을 직위해제한 게 적혔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24일 회의를 열고 구 사장을 해임할지를 결정한다.

구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해임 건의 사유에 대해 ‘자를만한 명분도, 법적 요건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운영위에서 해임이 결정될 시 법적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두 가지 사유는 이미 6~7월에 이뤄진 감사에서 모두 소명됐다”며 “태풍 땐 기상특보 해제로 비상대책위 소집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당시 법인카드로 식당서 22만원을 쓴 건 잠시 지인에게 빌려준 후 현금으로 갚았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말하긴 어렵고 상상에 맡기겠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맞춰 보안검색원의 정규직화에 제 역할을 다 했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구 사장은 “지난 6월 직고용 발표 때 보안검색원들이 나를 거칠게 막는 바람에 부상을 입고 지금까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서 따뜻한 위로나 격려를 하긴커녕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정규직화 추진 경위에 대해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유구무언이다”며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구 사장은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정규직 노조에 대해 “취임하고 보니 노조가 사장에게 직원 인사를 청탁하는 등 경영에 개입하려고 하더라”며 비판했다. 직고용 발표 때 폭력을 행사한 노조 집행부 5명을 최근 인천지검에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 안팎에선 인국공 사태가 부당 해고 논란 등으로까지 번지자 구 사장이 정부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직고용 절차에서 해고된 소방대원들이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하고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부당해고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판결 날 가능성이 크고 반대 여론도 수습이 안 되니 책임을 전가할 인물을 찾으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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