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내각’ 출범… 외치는 아베 계승, 내치서 자기 색깔 찾기

7년 8개월만의 총리 교체… 새 역사 쓴 스가
새 내각 ‘아베+스가 연합체’ 성격 강해
떠나는 아베 “모든 것은 국민 덕”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총재가 16일 도쿄 의회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에서 총리로 선출된 후 감사 인사하고 있다.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 정권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행정수반인 총리가 교체된 것은 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했던 2012년 12월 이후 7년 8개월여만이다. 스가 총리의 신 내각 인사 구성은 약하다는 평을 듣는 외치에서는 아베를 계승하되, 내치에서 자신의 색채를 드러내는 것으로 요약된다.

앞서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스가는 이날 오후에 열린 임시국회 중·참의원 본회의에서 총리 지명선거를 통과해 제99대 일본 총리로 등극했다.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는 462명 중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314명의 동의를 얻었고, 상원 격인 참의원에서는 240명 중 142명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중의원 표결에서 얻은 표는 연립 정권을 이루고 있는 자민당·공명당 합계 의석수인 313표보다도 1표 많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총재가 받은 표는 중의원 134표, 참의원 78표에 불과해 자민당 독주 체제가 여실히 증명됐다.

공식적으로는 아베의 잔여 임기 1년을 맡는 과도기 내각으로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포함해 8명이 아베 내각에서 그대로 연임됐다. 보직이 변경되는 형태로 내각에 남은 3명, 직전은 아니나 아베 정권에서 각료를 지낸 경력이 있는 4명을 합하면 총 20명의 주요 각료 중 15명이 아베 정권의 자장 속에 있는 것이다.

특히 외교·안보 영역에서 아베 계승 의지가 확인된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이 유임한 가운데 신임 방위상에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전 외무부대신이 발탁됐다. 기시는 어린 시절 외가에 양자로 보내져 아베와 달리 일본 우익의 거두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성을 따른다.

스가는 내치 부문 인사에 신경을 썼다. ‘포스트 스가’ 주자로도 거론되는 고노 다로(57) 방위상이 행정·규제개혁담당상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스가의 의중이 반영됐다. 스가가 중점 국정과제로 공을 들이는 분야다. 그는 전날 당 회의에서 “관청의 수직관계, 공무원들의 기득권익, 나쁜 전례주의를 타파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방위상은 최근 지상배치형 미사일 요격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당·정과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아 내부 반발을 산 인물이지만, 스가는 갈등을 빚으면서도 정책을 실현해내는 고노의 돌파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스가가 주변에 “고노에게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잇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내각 2인자로서 내각 사무를 총괄하는 관방장관에는 가토 가쓰노부(64) 후생노동상이 기용됐다. 아베와 스가 모두와 인연이 깊고 조정에 능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가토는 아베 총리 가문과의 대를 이은 깊은 관계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제2차 아베 정권에서 관방부장관으로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를 보좌한 경력도 있다.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고 사임한 아베는 이날 마지막 관저 기자회견에서 “모두 국민 덕분이다. 지지해주신 모든 이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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