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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판 뒤흔든 ‘오누아쿠 잠적 사건’의 전말

에이전트 측 “꼭 올 테니까 기다려달라” 장담에도
끝까지 답 없던 오누아쿠…직접 연락도 안 받아
급히 구한 대타 타이릭 존스, 어머니와 공공격리

지난 2월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DB 소속으로 뛰던 오누아쿠가 심판에 항의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 제공

“아니 본인이 르브론도 아니고…설사 이제야 온다 해도 곧장 훈련도 없이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수화기 속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 함께했던 외국인 선수 치나누 오누아쿠(33)의 이야기를 꺼내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간 이 일로 인해 겪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눈치였다. 오누아쿠는 한국농구연맹(KBL) 재정위원회가 자신에게 2시즌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 16일까지도 구단 측에 직접 연락조차 해오지 않았다.

인연이 악연이 되기까지

오누아쿠는 지난 시즌 도중 원주 DB 구단이 일라이저 토마스의 대체선수로 데려온 선수다. 미국 남자프로농구 NBA 휴스턴 로키츠에 2라운드 37순위로 뽑혀 뛴 뒤 댈러스 매버릭스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등을 거쳤다. DB가 지난 시즌이 조기 종료되던 시점에 공동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데는 오누아쿠가 든든하게 골밑을 지켜준 덕이 컸다.

시즌 종료 뒤인 지난 5월 DB는 오누아쿠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비시즌에 미국으로 돌아간 오누아쿠는 재계약 시점에 먼저 수차례 연락을 해오던 것과 달리 이후 구단과의 직접 연락이 끊겼다. DB 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는 오누아쿠가 결국 올 것이라고 끝까지 호언장담했지만 자가격리 일정까지 고려했을 때 더는 기다려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구단은 이달 초 계약을 파기했다. 이 관계자는 “구단이 비자 임시번호까지 대신 받아놨지만 끝까지 연락이 없었다. 일정표까지 만들어서 최소 이때까지는 들어와야 한다고 에이전트를 통해 주의를 시켰는데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설명했다. 에이전트를 통해 선수에게 연락이 정말 닿았는지 여부도 선수로부터 답신이 없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조차 알 수 없다.

대체선수 존스, 어머니와 김포서 공공격리

오누아쿠의 대체자로 지난 3일 급하게 데려온 외국인 선수 타이릭 존스(23)는 현재 다른 일반 외국인 입국자들과 김포에서 2주간 공공격리를 받는 상태다. 함께 온 자신의 어머니도 함께다. 구단 관계자는 “공공격리를 거치지 않도록 비자를 받을 기간조차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18일에야 격리가 해제되기 때문에 20일부터 진행될 KBL 컵대회에서 기량을 점검하는 것조차 무리다.

연맹에 따르면 오누아쿠는 이날 재정위원회에 에이전트를 통해 제출한 탄원서에서 “(계약이행에) 불성실했던 건 인정하지만 팀에 합류하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 입장 역시 실제 선수 본인이 아닌 에이전트가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

오누아쿠의 자격정지 징계 기간이 2시즌에 그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해석된다. 선수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불가피한 천재지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KBL 관계자는 “제출된 탄원서 내용에 따르면 재계약을 하고 나서 코로나19로 입국을 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선수의 사정이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자격정지 2시즌뿐? 이유는

과거 KBL에서는 다 터커와 더스틴 호그 등이 계약 불이행 등의 이유로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당한 바 있다. KBL 관계자는 “다 터커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당시는 국내 구단뿐 아니라 해외 구단과 이중계약을 해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봤던 것이라 상황이 다르다”면서 “더스틴 호그의 사례도 터커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이 그나마 대체선수를 더한 피해 없이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참작됐다. KBL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 시점이 17일이기 때문에 DB 구단이 대체 선수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만일 등록 기간이 지났다면 구단이 새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외국인 선수 교체 기회를 소진해야 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했을 수 있다. 다만 2015년 9월 KBL 이사회가 정한 규정에 따르면 계약한 외국인 선수가 국내 입국하기 전에는 구단이 선수를 교체하더라도 교체 기회가 소진되지 않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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