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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확 달라진 김치 위상…입맛이 변한 걸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김치 먹기에 도전한 뒤 매워서 괴로워하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서 지금은 전 세계가 김치 열풍이다. 어떻게 이렇게 수많은 외국인의 입맛이 확 바뀔 수 있는 걸까. 최신식 명지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여러 이유를 설명했는데 가장 먼저 내놓은 답변은 외국인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김치맛이 변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식 세계화 사업을 하면서 김치맛에 변화가 있었고, 김치업체들도 외국인 입맛에 맞게 김치맛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전 세계 김치 열풍이 분 건 아니다. 최 교수는 김치와 곁들여 먹기 좋은 음식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소개되면서 외국인들이 김치맛을 알게 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가령 김치만 먹으면 맵고 맛이 없을 수 있지만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가 유명해지면서 외국인들이 짜파구리와 함께 김치를 먹게 됐고, 그제야 김치의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김치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김치 시장은 600억~700억엔(6688억~7800억원) 수준으로 2006년에 비해 약 2.7배 커졌고 미국 김치 시장도 2015년 이후 연평균 24.6%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김치가 면역력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는 더 높아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가디언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행동 목록에서 김치를 언급했고,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28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치의 유산균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김치 매출이 배로 뛰었다.

그러나 외국 현지 회사가 만든 싸구려 김치가 김치종주국인 한국 제품인 것처럼 둔갑해 팔리는 경우도 있고 김치 시장도 현지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의 김치 시장은 1~6위 업체가 모두 일본 회사이고 한국 김치 비중은 10%뿐이다.

우리 정부는 김치종주국의 명예를 되찾고자 수출 김치에 ‘대한민국 김치’라고 표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배추 무 고춧가루 마늘 등 모든 원료를 100% 국내산으로 쓰면 ‘대한민국 김치’를 표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부 용역으로 발간한 ‘김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도입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생강, 파, 특용작물, 과일류, 수산물 등을 국내산으로 써야 ‘대한민국 김치’라고 할 수 있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걸 문제 삼는 전문가들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은 글로벌 소싱을 하기 때문에 원산지의 개념이 복잡해졌다. 미국 햄버거도 모든 재료가 미국산이 아니고 이탈리아 피자에 들어가는 토핑도 전부 이탈리아산은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모든 원료를 한국산으로 해야 대한민국 김치라고 할 수 있다는 건 김치의 국제적인 확산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춧가루나 마늘 등은 기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 많은 양을 100% 국내산을 쓰는 건 제약이 너무 크고, 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에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정책의 목표는 외국에서 한국 김치의 위상을 공고히 하자는 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준을 적용해 김치 수출 확대에 차질이 빚어지면 오히려 국내 농가도 손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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