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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잡부냐”…일원화 자치경찰제 추진에 현장경찰 반발


일선 경찰관들이 당·정·청이 내놓은 ‘자치경찰제’ 법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필요한 인력과 예산 증원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잡무만 경찰이 떠안게 되면서 정작 중요한 치안 활동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 우려했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 경찰청 주무관노조는 17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이 발의한 자치경찰법안 폐기와 재논의를 촉구했다. 이들은 “인력과 예산 증원은 전혀 없이 자치단체의 생활민원까지 모두 경찰이 떠맡게 되면서 정작 중대한 범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시민의 안전은 소홀히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청은 지난 7월 자치 경찰조직을 신설하는 ‘이원화 자치경찰제’ 대신 현 경찰 인력을 쪼개 국가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를 맡기는 ‘일원화 자치경찰제’를 추진키로 발표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경찰청·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안을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지난달 4일 대표 발의했다. 경찰 권한을 분산하고, 각 지역주민 수요에 맞춘 경찰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안에는 자치경찰 사무에 공공청사 경비와 지역축제 안전관리, 노숙인 및 행려병자 보호조치 업무 등이 추가됐다. 하지만 자치단체 잡무에 경찰 인력이 투입되면서 치안 업무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현장 경찰관은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자치단체 생활민원 업무까지 감당하려면 4만5000명의 경찰 인력 증원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예산도 4~5조원 증액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실시한 현장 의견수렴 결과 총 8975건의 현장 의견·제언 중 34.1%가 ‘지자체의 사무 전가로 인한 긴급신고 대응역량 약화’를 우려했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경찰이 지자체의 ‘노비’냐” “우리가 다른 관청 일 처리하는 잡부냐” 식의 원성까지 나오는 중이다. 비대위는 “국민과 학계, 현장 경찰의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 자치경찰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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