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2라운드 진출 유명희, ‘아프리카 대세론’ 넘을까

WTO 선거 1라운드 통과

①미국 지지 호소 전략
②현직 통상장관 강점
“정부 물밑 외교 접촉 늘려야” 주문도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사무총장 선거 1라운드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미 유 본부장의 1라운드 통과를 예상하고 2라운드 통과를 위한 물밑 외교전에 들어갔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후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 영국 리엄 폭스 후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후보 등 5명과 함께 WTO 선거 2라운드에 진출했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후보 등은 1라운드 탈락했다.



WTO 선거는 먼저 164개 회원국 간 협의를 총 3라운드에 걸쳐 지지를 가장 적게 받은 후보들을 차례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1라운드 협의에서는 회원국들은 최소 1명~최대 4명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가장 적은 표를 받은 후보 3명을 탈락시켰다. 2라운드 협의에서는 각 회원국이 최소 1명, 최대 2명의 후보 지지 의사를 표하고,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가장 적은 득표를 한 3명이 탈락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브라질 출신 호베르투 아제베두 총장이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지난 5월 돌연 사퇴를 선언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선거 초반부터 WTO에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배출된 적 없다는 점 때문에 ‘아프리카 대세론’ 관측이 무성했다. 총 8명 후보 중 3명이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전 대륙 중 아프리카에서만 2명의 후보가 살아남았다.

다만 선거의 변수가 워낙 다양해 함부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은 이번 선거에서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럽은 표심이 나뉠 수 있다. 영국의 폭스 후보가 유럽 출신 후보로 1라운드에서 살아남았지만, 폭스가 과거 국제통상부 장관 재직 시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도했던 인물이라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상당수 유럽 국가가 영국 대신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은 이런 구도를 넘기 위해 동맹국인 미국에 기대는 전략을 취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정부 통상관계자들과 면담을 했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가 WTO에 적대적인 입장이지만, 중국 견제에 혈안이 돼 있는 미국 정부의 심리를 잘 활용하면 선거에서 한국 지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또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통상 기조가 보다 WTO 중심 다자주의에 우호적으로 달라질 여지도 없지는 않다.

유 본부장이 남은 후보 중 유일하게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케냐 모하메드 후보는 WTO 총회 의장을 지냈지만 이미 수년 전 일이다. 영국의 폭스 후보 역시 통상 전문가로 꼽히지만, 전직 장관이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사우디의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후보는 모두 자국에서 재무장관(사우디는 경제기획부)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일뿐 통상 영역에서 전문성은 낮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이 2라운드에서부터는 아웃리치(외교적 접촉) 저변을 넓힐 필요도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물밑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유럽, 일본 등과도 적극적인 교섭을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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