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화재’ 형제 여전히 의식 불명…안타까운 사연에 기부금 줄이어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물청소 작업 중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 용기가 물웅덩이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부모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가 엿새째 위중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에 시민들은 후원금을 전달하며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초등생 A군(10)과 B군(8) 형제는 이날 오후 현재도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형제는 화상뿐 아니라 화재 당시 검은 연기를 많이 흡입해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여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A군은 호흡기 부위 등의 부상이 심각해 의료진이 수면제를 투여하며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은 동생 B군의 경우 지난 17일 호흡 상태가 다소 나아져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고 시도했으나 호흡기를 뗀 뒤 다시 자가 호흡이 되지 않아 계속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라면형제 비극'이 벌어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빌라 내부가 시커멓게 탄 모습. 연합뉴스

두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자 후원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 측에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17, 18일 이틀 간 시민 140여명이 A군 형제에게 3000여만원을 기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시민은 “아이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병원 치료비로 써 달라”며 1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 기탁된 후원금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단 측이 모아 집행할 방침이다. 기부자가 기부금의 용도를 지정할 수 있는 ‘지정 기탁’인 만큼 재단 측은 모인 기부금을 A군 형제 치료비로 우선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산나눔재단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기부금이 기금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지 않도록 미추홀구와 협의해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A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4층짜리 빌라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한 탓에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다가 엄마가 외출한 동안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했다.

A군 형제와 어머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지 않아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고 있었다. 어머니 C씨(30)는 병원을 오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웃 주민들은 ‘우울증 있는 엄마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어머니 C씨를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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